행감 모니터링을 하며
그녀는 들리지 않는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아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웅얼거리는 정도는 느껴졌지만
이젠 그마저 사라진 것이다.
화면 속 감사장 배석 자리에는
옛 동기 팀장이 앉아 있었다.
그는 장애인이었다.
몇 해 전, 그녀와 같은 부서에서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
그 시절의 그녀는
냄새에 예민했다.
자신의 냄새도,
타인의 냄새도
모두 견디기 어려웠다.
암 환자 의료비를 맡고 있던 때였다.
방문하던 사람들에게서
질병과 가난, 늙음의 냄새가 났고
그녀는 그 냄새를 본능적으로 피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냄새들이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나기 시작했다.
장애, 질병, 가난, 늙음.
과거에 외면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녀의 안에서
고요히 떠오르고 있었다.
행감을 마치고 과장이 다가왔다.
늘 그렇듯 의례적인 목소리였다.
“고생 많았어요.”
“과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녀는 건조하게 답했다.
하지만 과장은
예상대로 한 문장을 더 보탰다.
“다음엔 더 잘 준비하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그 한 문장은
공기처럼 흩어지고
잔상들은 다시 그녀 안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이미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