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타닥 쿵!’
꿈에 그리던 디즈니를 향해 달려가던 아들이 트렁크와 함께 넘어진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뉴욕 케네디 공항 안에서 제트블루 항공 카운터로 가는 길이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남은 시간은 겨우 50분. 악명 높은 뉴욕의 교통체증도 문제였지만, 빌린 카메라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남은 미련을 미련하게 담은, 내 탓도 있었다. 긴 줄을 비집고 들어가 항공사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뒤에 서 있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편의를 봐주었다.
큰 트렁크 두 개는 부쳤고, 작은 트렁크 두 개를 포함한 짐 네 개는 각자의 몫이 됐다. 나는 카메라와 노트북이 든 가방을 둘러메고, 한 손에는 여권과 카운터 번호가 쓰여 있는 항공권,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비행기를 놓치면 내일 예매한 디즈니에 못 갈 수도 있어. 그러니 검색대를 통과하면 무조건 아빠 따라서 빨리 뛰어와야 해. 알았지?”
숨이 차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달리는 내 뒤를 지금은 가장 다리가 길지만, 그때는 가장 다리가 짧았던 아들은 나보다 두세 배 많은 걸음 수로 쫓아야 했을 것이다. 눈물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으앙’하고 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벌떡 일어나 이내 자신에게 할당된 트렁크를 쥐었다.
“괜찮아? 이제 뛰지 말고 빠르게 걷자. 트렁크는 아빠가 끌게.”
저가 항공사의 카운터는 생각보다 멀었다. 출발 10분 전, 겨우 도착한 카운터 주변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알아보니 출발시간이 한 시간이나 연기됐다는 것. 안도하면서도 허탈했다. 그제야 넘어진 아들을 챙겼다.
“우리 내일 디즈니랜드에 갈 수 있는 거지? 안 늦은 것 맞지?”
“그럼, 넘어져도 안 울고 씩씩하게 뛰어서 비행기를 안 놓쳤어. 그리고 디즈니랜드가 아니고 디즈니월드야.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디즈니월드.”
굳이 넘어지지 않았어도 올랜도는 아이들을 위한 여행지였는데, 애처로운 눈망울을 보며 한 번 더 다짐했다.
‘이 긴 여행이 끝나고 돌이켜볼 때, 너희가 가장 좋았던 곳이 올랜도가 되도록 해줄게.’
이날 본 아들은 소렌토 기차 안에서 마주친 플랫폼에 서 있는 아들과 함께, 가장 애처롭고, 미안한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