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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현실로, 올랜도

by 윤민상

시속 100km로 한 시간 동안 달린다. 방향을 90도로 틀어 다시 시속 100km로 한 시간을 달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면적 안을 온갖 디즈니 캐릭터와 놀이시설로 채워 넣는다. 그곳이 전 세계에서 ‘랜드’가 아닌 유일하게 ‘월드’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올랜도 디즈니 월드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디즈니. 아이들에게는 그 넓이만큼 커다란 꿈을 이루는 시간이 찾아온 거다.


저녁 늦게 도착한 올랜도였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미룰 수는 없었다. 공항과 디즈니 월드까지 셔틀버스가 잘되어 있는 디즈니 호텔을 예약했다. 디즈니 월드를 돌아다니다 다시 디즈니 호텔로 돌아오는 기분이 내겐 감옥에서 탈출해 한참을 달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이 다시 감옥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과 흡사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오픈런으로 시작해 마지막 불꽃놀이까지 보고도, 아쉬움을 돌아오는 발자국에 또박또박 새기다 도착한 숙소에서 반겨주는 디즈니 캐릭터의 환한 웃음에 다시 웃음 짓는 상황을 연출했다.


모든 놀이기구가 즐거운 아이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놀이기구는 탈 수 있는 나, 모든 놀이기구가 무서운 아내. 이런 조합에서 가장 많은 피로감을 느끼는 건 당연히 내가 된다.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을 경험한 뒤로 그런 병적 증상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기구에 몸을 싣는다는 게 점점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들만 태워 보낼 수도 없었고, 타는 순간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눈을 감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아내를 나 대신 보낼 수도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나에게는 조금은 악몽 같은 이틀을 보내고 케네디 우주센터로 향했다. 테마파크에서 놀고, 먹고, 자다 보니 이곳도 테마파크의 세트장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실제로 사용했거나 실제에 맞춰 재현한 것이었고, 쉽게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우주 물체를 경험할 수도 있었다. 우주가 테마이지만, 지구에 발을 붙이고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혼란했던 달팽이관이 진정되는 시간이었다.


올랜도의 마지막 날, 해리 포터 테마파크가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던 아내도 ‘한 번 더’를 외칠 정도로 해리 포터는 흥미로웠다. 디즈니 월드, 케네디 우주센터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엄청난 상상력과 그걸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 그 자유로운 생각과 물질적 풍요로움에 온 가족이 푹 빠져드는 시간이 되었다. 그 풍요로움에 점점 줄어드는 계좌 잔액은 잠시 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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