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의 43번 알베르게
생장에 도착해서 순례자의 길 사무소에서 줄을 섰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크루덴셜(순례자 여권)을 받고 난 후 알베르게에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55번 공립 알베르게가 가장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나는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일단 한국인이 많을 것 같았고, 남들이 가는 곳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43번 알베르게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시설은 깔끔했고, 호스트는 친절했다. 그들은 프랑스인 자원봉사자였다. 체크인을 하고 마을을 둘러봤다.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고하고 마을은 굉장히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이 마을에서 우비와 배낭커버를 구매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우산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선택은 나에게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나는 마을 성당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매일 7시 반(아마)에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사에 참여했다. 내 생애 첫 미사였다. 프랑스어로 진행됐기 때문에 나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미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을 먹기 전, 우리는 세족식을 진행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를 걸어가기 전,
서로가 서로의 발을 닦아주며 서로의 안녕을 기도해 주고, 앞으로의 길을 축복해 주는 시간이었다.
설렘 반, 걱정 반이던 나의 마음은 어느새 편안해졌으며, 행복한 감정으로 가득 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