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꽃 Oct 26. 2024

베스트셀러의 이유 <죽이고 싶은 아이>

독서하기 딱 좋은 사춘기 11

제목이... 죽이지 않나? <죽이고 싶은 아이>라니.

이 책을 소개할 때 아이들은 “너, 너, 너~!” 그러면서 친구들과 낄낄거린다. 하지만 청소년 소설에 대놓고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죽인다

하지만 어쩌면 작가는 영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누구나 한 명쯤 '죽이고 싶은 아이'가 있을지 모른다.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 이유 없이 미운 아이, 등등. 그래서 누구나 이 제목에 끌릴 수밖에.     


첫 장면. 한 여고생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고작 열일곱 살인데 죽은 지 며칠 지나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그러고 보니 며칠 지났는데 왜 아무도 몰랐는지 이상하긴 하다. 부모는? 담임은? 그만큼 죽은 서은이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으려나.)    

죽은 아이는 벽돌로 머리를 맞았다. 바로 사망하지 않았는데 방치되었기에 죽음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 한 번 가격으로 사망했다는데 옆에 놓인 벽돌은 산산이 부스러졌다. 그렇다면 엄청난 힘으로 단 한 번 가격하여 죽게 했다는 건데.... 서은이를 죽였을 거라 의심을 받는 절친 주연이는 같은 나이의 여고생이다. 빼빼 마른 여고생이 무슨 힘으로 단 한 번의 가격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그리고 서은에게는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니, 자기를 죽이라고 머리를 내밀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건은 미스터리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은 주연을 살인범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 사건 직전에 둘이 몹시 싸웠고 사건 현장에서 서은과 만났고 그 이전부터 주연은 서은을 홀대했으며 주연은 학원 강사도 모함할 만큼 영악하고 못된 아이라는 증언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경찰, 혹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하는 서술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인칭 시점인 셈인데 생생한 묘사가 놀라워 말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그리하여 그들이 진술하는 진실(주연이가 나쁘다, 아니, 주연이는 착한 아이다...)을 믿고 싶어 진다.     

그렇게 독자라면 누구나 영락없이 주연이가 살인범이겠거니 믿을 만할 때쯤 또 다른 증언들이 나온다. 범인일까 아닐까, 주연이는 나쁜 아이일까 아닐까, 서은이는 불쌍한 아이일까 생각보다 음험한 아이일까, 오락가락하는 진실 공방이 쫄깃하다. 이 소설은 그것을 증명해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가 싶지만 여기 대반전이 있다. 반전이 소름학 소설은 청소년 소설에도 제법 있다. 추정경의 <벙커>, 같은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로 갈게> 등 제법 치밀한 반전의 묘미를 청소년 소설들에서도 볼 수 있다.


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작가는 서은이를 죽게 만들어 가슴 아프지만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싶었다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진실. 세상 모든 사건들의 다양한 면모들. 그 모두를 보려 애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보다.  

   

이 책을 덮으며 아이들이 내가 싫어하는 아이, 내가 어떻다 저떻다고 평가하는 아이에 대한 시선은 과연 옳은가, 내 주변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나는 편견 없이 진실을 진술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만약 주연이처럼 궁지에 몰린다면 사람들은 나를 어떤 아이라고 진술해 줄까, 헤아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세상사에는 숨겨진 진실이 따로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랬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겠지.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이것은 사건의 힘일까, 서술의 힘일까, 아니면 플롯의 힘일까. 이꽃님 작가는 어떻게 단지 증언들만 모아서 사건을 짜나갈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무엇보다도 반전을 이루는 힘.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인기가 있으니 <죽이고 싶은 아이> 2의 탄생은 필연이었다. 작가 마음속 두 아이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사건'보다도 더 의미 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고 싶어 진다.


어제 우리 학교 도서관에 새책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복도에서 만난 아이가 대뜸 선생님,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인기가 많아서 4교시 끝나자마자 도서관에 가야 해요, 한다. 그게 뭔 말인가 했더니 다섯 권이나 들어온 책이 순식간에 다 대출이 되었다 한다. 하긴, 나도 궁금한데 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