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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Jun 09. 2024

커피 로드

로스터리 카페 사장님도 추천한 책이에요!

1. 신기한 커피의 맛
2. 이제 없어서는 아니 되오


1. 신기한 커피의 맛

커피. 언제부터 커피가 우리의 삶에 이토록 침투했을까. 멀리는 고종이 최초로 시음했다는 기록이 나오나, 비교적 근래로 좁혀보면 믹스커피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겠다. 집에서 밥을 먹고 나면 어르신들이 꼭 한 잔씩 드셨으며, 회사에서도 점심을 먹고 난 후 담배를 피우는 분들은 식후땡과 함께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가 필수 요소였다. 찾아보니 믹스커피라는 게 1976년 동서식품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 냈다고 하니 이제 곧 50주년이 된다. 거의 반세기를 함께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전국적 음료가 된 것은 역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이는 스타벅스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겠다. 1999년에 이대 앞에 1호점이 입점한 이후 25년 만이 지난 지금 전국에 1800개가 넘는 매장이 생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등장은 믹스커피와 그 결이 다르다. 사실 믹스커피는 카페인보다 당을 충전한다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피곤할 때는 박카스를, 스트레스를 받고 허기가 질 때는 믹스커피를 마실 때가 많았다. 내가 볼 때 믹스커피라는 것은 다른 많은 음료와 경쟁하는 또 다른 음료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원두를 갈아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완전히 그 영역을 달리하는 것이다. 음료와 경쟁한다기보다는 거의 물과 경쟁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온 국민의, 특히 직장인의 필수템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커피군 내에서만 결정한다. 바닐라, 헤이즐넛, 캐러멜 등을 넣어 맛을 달리할 수는 있어도 커피라는 것을 벗어나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마치 TV, 휴대폰, 게임기가 각각 영역에서 생태계를 열심히 구축했는데 스마트폰이 이 모두 흡수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ㅎㅎㅎ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맛이냐는 것이다. 햄버거, 피자, 불고기, 떡볶이같이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맛있는 맛이 아니지 않나. 아니면 음료이기에 생과일주스, 밀크셰이크 같은 것과 비교해 봐도 이 쓰디쓴 커피가 단일품으로는 온 국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단순히 쓴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맛도 아니고 짠맛, 단맛도 더더욱이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한다. 원래는 짠맛과 단맛이 사람들의 입을 끌기 마련인데 커피는 쓴맛(혹은 신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2. 이제 없어서는 아니 되오

결론적으로 이제는 모두 커피에 중독 아닌 중독이 되었다. 나도 하루에 2~3잔씩은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놓지 못한다. 이쯤 되면 이제 커피의 맛이 크게 상관없다. 거의 둥굴레차 느낌으로 입에 물고 있는 게 중요하다. 물론 개인 카페에 가면 특정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카페 사장님 겸 바리스타 분이 한 커피가 너무 맛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메가 커피와 매머드 커피가 못 마실 정도는 아니다. 커피 수혈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서 카페를 메일 갈 수 없으니 언제든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집에는 캡슐커피를 구비해 놨으며, 회사에는 핸드 드립 세트를 갖다 놓았다. 휴대용 컴프레소도 있어서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고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1인당 405잔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정말 엄청난 숫자다. 이 정도로 자주 접하게 되니 습관적으로 마시기는 하지만 내가 마시는 커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커피의 맛과 종류, 만드는 방법뿐이 아니라 지역별로 원두가 어떻게 다른지, 그 시작과 전파는 어떻게 됐는지도 가십거리 정도이지만 궁금하다. 이번 <커피 로드>는 그러한 의문을 잘 충족시켜 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용도 내용이지만 페이지 별로 사진이 너무 예뻤고 퀄리티가 높았다. 사진만 넘겨봐도 자연스레 만족도가 높아졌다.


원래 자주 카페에 가기를 하지만 커피 관련 책을 읽으니 카페에 가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그 로스터리 카페 사장님께서도 이 책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다며 커피 관련 책 중에서 이 정도 퀄리티 책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물꼬가 되어서 그날 만들어진 콜드브루 한 잔도 서비스 봤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이게 커피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 생각해 보면 커피는 다른 음료와 달리 사람들과 대화의 장을 펼치게 해주며 소통의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이상하게 다른 음료보다는 커피가 놓여있으면 말이 더 잘 나오는 것 같고, 분위기가 편해지는 느낌도 있다. 좋은 책으로 좋은 경험과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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