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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Mar 05. 2024

당신의 하루는 어떤 말로 채워지고 있나요?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문장으로 연결되말들을. 

말은 그 사람을 닮고,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따라간다. 내 입에서 쏘아 올린 말은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 살다 보니, 나이 들수록 예외가 없더라.



말의 힘, 그중에서도 단어가 주는 찬란하고 위대한 영향력에 끌렸다. 주목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입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단어들이 내 귀에 꽂힌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본다. 무섭게도 닮아 있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아름답게 늙고 싶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사소한 단어는 사소하지 않다. 사랑도 많이 받아본 사람이 많이 줄 수 있고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 많은 사랑을 받듯이, 따스하고 다정한 말을 매일 듣고 자란 사람은 예쁘고 고운 말들이 가득 담긴 장독을 가지고 있다. 기쁨과 사랑, 따뜻함이 충만한 장독 안에서 하나씩 꺼내어 쓰기만 하면 된다.  

 






'평아여'가 되고 싶다. 

평온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말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부터 살펴봐야겠더라. 길게 볼 것도 없이 당장 어제저녁을 복기해 본다. 

"오빠, 나 지금 정신이 없어, 이따 말해줘."

"빨리 먹어줘. 엄마 계속 기다려야 하잖아."

"집중해 줘."

"이거부터 하고."

"엄마가 몇 번 말했어?"

"수학 먼저 하고!!"

"이렇게 똑같은 말을 하게 하면 엄마도 기운 빠지고 듣는 너도 기분이 안 좋잖아."


아찔하다. 

촘촘히 짜여진 일정과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엄마로서, 새벽부터 동동거리다 저녁이 되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핑계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수정해야 단어, 연습해야 문장들 투성이다. 


단어가 주는, 말이 전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그중에서도 엄마의 말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온기로 가득한 우주가 돼주기도, 지뢰밭처럼 불편하고 고통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잘 알면서 말이다. 나 자신보다 더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는 귀하고 귀한 행복이, 사랑이에게 이런 단어들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니. 


나도 한 때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해 주는 엄마였는데, 

나도 그때는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귀 기울여 주고, 위로의 말을, 응원의 말을, 기대의 말을 해줬었는데...

옳은 말, 맞는 말, 걱정돼서 하는 불안한 말, 잘 되라는 마음에 하는 잔소리로 퍼져버린 말, 이런 말들 말고 지금의 아이에게 집중하며 다정한 한 마디 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잔소리하고 있는 스스로도 너무 보기 싫은데 듣는 입장은 더 하겠지. 


지체할 시간이 없다. 차고 넘치게 온몸으로 알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기존의 방식이 새어 나오기에 사랑 가득한, 용기를 주는 단어와 다정한 말투를 장착해야 한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첫째 행복이가 뱃속에 있을 때 영어 공부도 할 겸 우리의 첫 아가가 갖추면 좋겠는 성품들을 영어 단어로 수집하고 기록하며 매일 들려주었다. 일타상피, 일석이조, 효율성을 추구하는 나와 엄마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뱃속의 행복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최고의 태교였다. 참 평화롭고 사랑과 기쁨이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다시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써야지, 막연히 생각만 몇 년째였는데, 기품이라는 단어를 듣던 날 '단어의 품격'을 연재하기로 결심했다. 


오늘부터 써 내려갈, 네 번째 연재 브런치 북 <단어의 품격>은 온아한 어른으로, 언제든 기대어 안기고 싶은 엄마의 모습으로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나의 노력이자 애씀의 기록이 될 것이다. 











출처: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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