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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Apr 01. 2024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아이고 배야.
눈물 나. 


하교 전까지 두 시간, S와 카페에서 조우한다.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지, 앉기도 전에 입에 모토를 장착하며 본격적으로 우리의 수다가 시작된다. V라인과 리프팅을 위해 웃음가스까지 마셔가며 피부과 시술을 받고 온, 영상을 하도 보니 눈이 아파 이제는 이어폰으로 <놀면 뭐 하니>를 듣다 잠든다는, 야심 차게 산 나시를 집에서 입어보니 헐크가 나와 본의 아니게 나를 주려고 가져왔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눈물이 흘렀다. 하도 웃어서. 나이가 들었는지 웃어도 울어도 눈물이 난다. 배가 고파질 정도로 웃고 떠들다 보니 벌써 하교 시간이다. 커피 잔을 반납하러 가니, 카페 사장님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오신다. 우리 둘의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민폐가 아니었기를 바라본다.



눈물과 함께 눈가 주름까지 선사해 주는 S, 실행력과 추진력의 아이콘을 넘어 그 자체인 A, 그리고 나, 우리 셋이 만난 지도 어느덧 8년째다. 이 모임이 좋은 이유는 열두 가지도 넘지만 그중 첫 번째는 일단 만나면 정말 웃기고 즐겁다. 식성과 외모, 취향은 너무나 다르지만 유머코드만큼은 비슷하다. 피부과를 그렇게 주기적으로 다니고 돈을 쓰는데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그녀의 고백을 듣고, 어찌 안 웃을 수 있겠는가. 


두 번째, 관심사와 대화 주제가 매우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성장 욕구가 매우 강한 자아들이었다. 그래서 육아와 아이들 교육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눈물의 여왕부터 독서, 최근에 몰두 중인 공부, 자기 계발, 심리학, 동네 엄마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여행, 사업, 사주, 관상, 다음 주에 받을 피부 관리, 5년 후 미래, 노후, 재정 관리 등 다방면에 걸친 수다와 토론이 펼쳐진다. 6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도 모자란다. 오디오가 비질 않는다. 우리의 대화는 다채로움을 넘어 경이롭다.


세 번째, 자기 객관화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 쉽게 상처받거나 반대로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얼굴이 부은 건지 피부가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는 그녀에게 우리는 어제 네가 야무지게 흡입한 마라탕의 결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자기 성찰이 충분한 그녀니깐. 몸무게 증가여부로 일희일비하지만 빵부터 골라 집고 후회하는 그녀에게 인간미가 있어 좋다고 말해준다. 식욕은 없지만 눈앞에 있는 음식은 국물까지 싹싹 비워 3kg로가 쪄 자전거로 통근하다 오히려 이곳저곳 다쳐 병원비로 돈을 더 쓰고 있다는 그녀, 심지어 땡볕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 피부과 시술이 무색하진 그녀에게, 그리고 자신의 과오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공유할 뿐이었다.


네 번째,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솔직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점은 우리 모임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메이트로서도 꽤 잘 맞는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건, 잠깐 만나 밥 한 끼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점심 모임과는 다르다. 며칠 혹은 그 이상의 날을 함께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매끼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식사 시간을 공유하며 정산하는 '생활'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여행 중에는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도 자주 직면하게 된다. 작게는 지금 목이 마른데 바로 앞의 자판기에서 비싸게 콜라를 살지, 조금만 더 걸어가 가게에서 저렴하게 살지 조차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여행 참가자들의 소비 패턴이다.


구매 품목, 취향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 셋은 효율성, 경제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다. 공용회비라고 평소에는 구매하지 않을 비싼 식료품을 사서 한 입 먹고 남기지 않는다. 장을 볼 때도 꼭 먹고 싶은 음식 외에는 세일하는 품목을 고르기도 한다. 지난번 여행에서도 우리는 세일 품목인 요구르트와 딸기를 샀다. 한 사람이 많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지속하지 않는다. 아무리 핫딜이고 럭셔리하고 좋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면 다른 곳을 알아본다. 즐거우려고, 기쁘려고, 쉬려고 가는 여행에서조차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계산적이지 않고 돈에 있어서 솔직하고 정산이 확실한 점도 한몫한다. 8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며 애정과 신뢰가 쌓이고 서로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관계가 된 덕분이기도 하다. 항상 느끼지만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기쁨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축하해 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는 S와 A가 잘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잘 되고 있어 기쁘다. 그녀들처럼 되고 싶다.






진정한 친구만이 함께 기뻐한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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