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움 Apr 08. 2024

결국엔, 그래도 사람이었다.

"어디로 갈까나?"

"브런치, 한식, 파스타, 초밥? 당기는 걸 알려주시오."

"저는 메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니들 만나는 거 자체가 중요하니 종류는 다 좋아요."

"사실, 나도 그래, 종류가 뭐가 중요해? 크크크."

"나도 나도."


메뉴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핫한 곳으로 가보자는 말에 무게가 실렸다. 결국 우리는 핫플레이스인 태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웨이팅까지 있는 초인기 핫플에서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2차 태국음식점 (왼쪽) 3차 한옥카페(가운데&오른쪽)






그저 사람들 만나기 좋아한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나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과 욕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치열하게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니다. 어쩌면 이 두 가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생하여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다.


어쨌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나'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파기 시작했다. 《나의 인복이야기를 연재하며, 조금 더 확실히 알았다.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사람들과의 편안하고 진솔한 관계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매우 관계지향적이며(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에서 얻는 기쁨과 만족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성향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다짐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욕구이자 추구하는 가치관을 마흔둘에 어렴풋이 눈뜨게 되었다. 인생은 나를 알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힘들지만 받아들이고, 부족하고 한심할 때조차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는 매우 다르면서 동시에 같다. 우리는 내게만 특별한 행운이, 반대로 나만이 이 지긋지긋한 고통과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대부분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늘 사람이 많고, 인복도 많아 보이고, 감사할 일 투성인 것처럼 보이는, 부러워서 얄밉기까지 한 그조차도 여러 어려움을 직면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 어려움들은 나 자신을 포함한 사람으로 치유된다. 결국엔, 역시 사람이었다.





 


한국 사회는 취약하지 않음을 전제로 설계된 곳 같다.
그런 곳에서는 모두 불안하다. 그 불안은 연결로만 넘을 수 있다.
우리는 글로 연결될 수 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오늘로, 저의 두 번째 브런치북 <나의 인복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술술 잘 나온다며 기뻐했던 날도, 아무리 쥐어짜 내도 한 문장 넘기기 힘들었던 날도 지나왔네요.

인문학, 심리학, 인간관계 분야에 워낙 관심이 많았지만, 글로 풀어내는 건 매우 다른 새로운 세계였어요. 인풋이 텅텅 비어 못쓰는 상황은 피하려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들으며 참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쓰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근사하고 멋져 보였던 날도, 비참하고 후회스러워 펑펑 울었던 날도 스쳐갑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너무 어렵지만 놓을 수 없는 큰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이야기를 읽어 주신 소중한 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고심의 고심을 거듭한, 위트 한 방울 가미한, 여러 문장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Unplash




이전 13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