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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12. 2024

나를 위해 매일 아침 3초 투자하기

일어날 때 행복하세요?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잠자기 전이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이불을 온몸에 감싸고 뒹굴거릴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 나른하다. 이제 푹 쉬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다 문득, 내일 아침 할 일을 떠올리고 종종거리며 바쁘게 지낼 내 모습이 보이면 한숨이 푹 나온다.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낸담.


  아침이 산뜻할 수 있을까? 나의 아침들은 부산하고 고단했다. 휴일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5분만 10분만 더'를 외치는 것의 반복이었다. 팔다리가 욱신거린다는 핑계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만 하면서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버틸 수 있는 시간까지 불편한 마음으로 누워있다가 준비 시간이 임박해지면 출근 준비를 하러 일어났다. 기분 좋게 일어나려고 좋아하는 노래로 알람을 맞춰봤지만 어떤 노랫소리도 잠을 깨울 때는 거슬리게 느껴졌다. 몸에 묻은 잠을 떨쳐내고 하루가 시작되면 바쁘고 울적했다. 회색빛 아침이 반복되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 역시 쉬고 있어도 더 쉬고 싶은 사람이었다. 휴일에 꼼짝 않고 집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한 날도 있었다. 다음 날에도 여전히 찌뿌둥했다. A4용지처럼 바스락거리는 힘없는 하루들. 원하는 삶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생기 있고 경쾌하고 활기찬 봄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사람들이랑 즐겁게 보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는지 의문이었다. 내가 부족한 거지,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이 점점 뾰족해져서 마음을 쿡쿡 쑤셔댔다.



  지쳐있던 나를 충전하는 방법은 나직한 목소리의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자장가를 부르듯 읊조리는 노래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고, 책을 읽을 때만은 힘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빼곡한 책들을 보고 있으면 나를 위한 선물이 한아름 쌓여있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렜다. 나를 둘러싼 책들이 서로 읽어달라고 소리 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서가를 훑어보다가 "굿모닝 해빗(멜 로빈스)"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아침 3초의 행동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왠지 미심쩍고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대되고 설렐 수 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에게 보내는 하이파이브

  저자는 남들에게는 힘내라고 응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기혐오와 공황, 불안으로 힘들어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 자녀와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좌절하던 어느 날,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거울 앞에 비친 자신을 향해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전 세계 사람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과 하이파이브하는 사진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응원과 위로가 필요했던 거였다. (실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 일상에서 뜻밖의 행동을 했을 때 뇌가 그 행동과 행동에 도출되는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라니. 책의 내용은 그럴싸했지만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나 자신을 마주하기가 낯설고 왠지 쑥스러웠다. 어색했지만 달라지고 싶었다. 변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었다. 단 3초면 되니까. 잠에서 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오른손을 쭉 뻗었다. 하이파이브. 나에게 건네는 응원과 격려. 생각보다 괜찮았다. 왠지 웃음이 나고 오늘 하루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고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과 비교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가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렇게 매일 새벽,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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