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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26. 2024

새벽 기상은 방황 중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계절을 탄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비교적 일어나기가 쉽다. 선선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걸으러 나가면 잠들어있던 하루가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어슴푸레한 푸른빛이 점점 밝아지고 누군가는 벌써 출근을 하거나 가게 문을 열고 분주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시끌벅적하던 낮과 달리 새소리만 들리는 고요함에 마음이 설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일어나기가 힘들다. 6시가 넘어도 밖이 캄캄할뿐더러 춥기까지 하다.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따뜻함을 조금 더 누리겠다는 작은 욕심은 새벽에 일어나겠다는 계획을 자꾸 어그러지게 한다.



  계획했던 기상 시간은 3시 30분. 하고 싶은 것들 꾸역꾸역 집어넣다 보니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잠드는 시간은 10시. 잠이 많은 나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려면 8시간 정도는 필요했고, 적어도 6시간 이상은 자야 몸이 덜 피곤하다. 이번에 욕심이 과했다. 이미 새벽에 일어나겠다고 연재북을 시작했는데 어쩌나. 슬그머니 제목을 고쳐 써야 할까. 나보다 규칙적으로 새벽에 잘 일어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어쩌자고 새벽기상 연재북을 시작했을까. 후회하는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작년 6월부터 블로그에 새벽기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어난 시간과 새벽에 했던 것을 쓰기 시작하다가 요즘에는 하루의 다짐과 전날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적고 있다. 자주 쓰게 되는 말은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알람 소리를 못 들었다, 10분만 더 누워있으려고 했다, 내일은 꼭 일어나 보겠다'와 같은 핑계와 다짐이다. 어제 역시 눈을 떠 보니 6시 40분이었다.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생각했다. 연재북에 새벽 기상을 하고 싶다고만 적고, 일어날 시간은 적지 말걸.) 나만의 호젓한 시간을 즐기려던 계획을 접고 등교 등원 준비부터 서둘렀다. 

                     

새벽기상을 기록하는 블로그



  

  계획한 시간에 일어나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어서 뿌듯했다. 새벽에 스스로 일어나서 누구도 시키지 않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한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계획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날이면 실망했다. 어제도 그제도 누워있지 말고 바로 일어나자고 똑같이 다짐했는데, 왜 더 누워있었을까. 왜 자꾸 반복될까.


  그러다 문득. 글을 쓰려고 블로그 기록들을 살펴보니 대견한 마음이 스윽 올라왔다. 그동안 일어나는 시간이 왜 이렇게 들쑥날쑥하지, 더 일찍 일어나, 하고 나를 질책할 때가 많았다. 한 걸음 물러서 다른 사람의 기록이라고 생각해 보니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려고 노력한 것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같은 일을 두고도 다른 사람을 때는 너그럽고 여유 있게 보지만, 나를 때는 엄격하고 같은 잣대로 보게 된다. '오늘도 늦게 일어났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가 아니라 '잘하고 있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한 것이 대단하다'라고 격려해 주면 어땠을까. 


  아무래도 3시 30분은 무리다. 목표를 높게 잡았다. 하고 싶은 것이 많더라도 체력과 잠자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은 알람 시간은 조금 더 뒤로 늦춰봐야겠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그동안 잘해왔다고 나를 격려해 보는 아침이다.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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