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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05. 2024

들어가는 말

단순하지만 어렵고 힘들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자다가 한두 번은 깨는 편이다. 눈이 떠지면 시계를 확인했다. 얼마나 더 잘 수 있는지 가늠하는 의례적인 행동이다. 잠에서 깬 시간이 세 시나 네 시면 안도했다. 잘 수 있는 시간이 두세 시간이나 더 있어서다. 중간에 깨서 피곤하다는 아쉬움보다 다시 푹 잠들어도 된다는 사실에 노곤했던 몸과 마음이 포근해졌다. 온기로 데워진 이불을 나릿나릿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에 행복하게 다시 꿈에 빠져들 수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몇 달 전, 휴대폰 알람 시간을 새로 맞췄다. 4시에 맞추어둔 시간을 3시 30분으로 바꾸었다. 같은 방에서 자는 아이들이 알람소리에 깨지 않도록 진동만 울리게 설정했다. 새벽에 할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책상 위와 거실을 정리해 두었으니 내일 새벽에 일어날 준비가 다 되었다. 폰을 머리맡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 나서 잠에 신속하게 빠져들었다. 머리만 대면 1분 안에 잠드는 사람이 나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눕는 순간 바로 잠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밤 10시. 잠이 안 온다는 막내는 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엄마 옆으로 파고들더니 금방 잠이 든다. 이제는 가족들 모두가 꿈 속이다.



  다음날 새벽. 정해진 시간이 되자 드르륵드르륵 알람 진동이 울렸다. 개미 걸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고요한 새벽, 방 안을 가득 메운 진동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잠이 깼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서랍장 위로 손을 뻗어 진동을 끈다. 새벽에 꼭 일어나겠다는 어제의 굳은 결심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다. 조금 더 잘까. 머리는 일어나라고 명령하지만 따뜻하고 보드라운 이불이 몸을 붙든다. 법륜스님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에게 그냥 몸을 일으키면 되는 거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딱 3분만 더 누워있고 싶다. 고민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기상 시간을 너무 빨리 잡은 것 같다. 굳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있을지 내 다짐에 의문이 생긴다. 아주 조금만 더 누워있자는 마음과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금방 잠이 들 게 뻔하다는 마음이 쿵쿵 부딪쳤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반전 없는 드라마의 결말처럼 잠이 들어버렸다.


  몇 시지?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니 6시가 되어간다. 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계획한 것들을 해내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새벽을 맞이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었지만, 괜찮다. 아직 시간이 있다. 




  처음에는 5시 30분이었던 기상 시간이 점점 빨라졌다. 5시, 4시 30분. 그리고 3시 30분까지.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나와의 소리 없는 싸움이다. 다시 잠들어버리거나 일어나기 싫을 때가 많다. 힘들고 어렵지만 계속 시도하는 것은 새벽 시간은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오롯한 내 시간. 점점 계획이 늘어가서 마음이 바빠지지만, 요즘 나는 아침이 기대된다. 오늘 새벽에는 뭘 할까?



*여러분과 함께 새벽 기상의 기쁨과 어려움과 뿌듯함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달콤하고 차가운 새벽 냄새를 느껴보세요. 아침이 달라질 거예요.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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