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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01. 2024

귀여운 새벽 기상 방해꾼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이 깨기 전에 서둘러 알람을 끈다. 이제 일어나야지. 밖은 아직 어둡다. 몸이 무겁고 눈이 감긴다. 침대에서 자다가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본다. 꿍이가 언제 내려왔지? 어젯밤 엄마랑 언니가 먼저 잠이 들자 동생은 무섭고 심심했을 것이다. 잠이 안 온다고 엄마랑 언니를 깨우지도 않고 조용히 엄마 옆으로 와서 잠을 청했을 것이다. 이불도 덮지 않고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괜히 손바닥으로 다독여본다.


  꿍이는 이제 7살이 되었다. 둘째여서 그런지 아직 아기 같기만 하다. 언니 울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때에도 동생이 있어서인지 큰 아이 같았다. 의젓하고 자기 것을 잘 챙겼다. 꿍이는 곧 초등학교에 갈 나이임에도 아직 아기 같기만 하다. 첫째에 비해 엄마에게 더 많이 안기고 챙김을 받는다. 밤에 잘 때에도 마찬가지. 언니는 ‘잠이 안 와’를 열 번도 넘게 외치다가 제 침대에서 스르륵 잠이 드는 편이다. 동생 꿍이는 언니가 먼저 잠이 들면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서 내려온다. 자는 척하는 엄마 옆으로 찰싹 붙어서는 내 팔을 자기 머리 뒤에 받쳐 팔베개를 만든다. 그러고는 곧 잠이 든다.      



  새벽에 일어나 자고 있는 꿍이를 가만히 본다. 다시 누워 아이를 꼭 안아본다. 따뜻하고 평화롭다. 잠시만 이렇게 안고 있어야지, 하다가 나도 곧 잠들고 만다. 아이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옆에 눕는 순간 다시 잠들게 될 것을 안다. 그럼에도 보드랍고 따뜻해지는 이 순간을 놓칠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누워 있자고 스스로에게 외치게 된다. 그렇게 때때로 그리고 자주, 새벽 시간을 행복하게 놓칠 때가 있다.     




  동생 꿍이는 한 번 잠이 들면 쉽게 깨지 않는 편이다. 어떤 날은 저녁 7시에 잠들어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깨지 않고 쭉 잠을 자기도 한다. 언니 울이는 다르다. 새벽에 한 번씩 깨서 화장실에 가거나 엄마가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든다. 엄마 옆으로 와서 잠을 자지는 않지만, 한 방에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울이에게 중요한 것 같다.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있으면 엄마가 방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울이가 거실로 나온다. 조명에 눈이 부신 듯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엄마 뭐 해? 같이 방에 가자.

  울이는 잠들 때까지 방에 같이 있어달라고 한다. 울이가 침대에 누우면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내 자리로 가 누워 있는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지. 새벽에 하려던 것을 마저 해야 하는데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쉽다. 울이는 금방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이미 잠이 달아나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다. 이른 시간에 아이가 일어나면 힘들고 피곤하니 얼른 자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울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나도 방에 누워있다 보면 먼저 잠이 들기도 한다.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잠이 깨거나 혹은 아이 옆에서 누워 있고 싶어서 새벽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계획했던 것을 해야 하는데 결국 다시 잠들어 버렸다고 나를 탓하고 아쉬워할 때가 많았다. 문득 생각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엄마 품을 좋아하는 지금 이 순간은 곧 지나갈 거라고. 무조건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는 것보다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새벽을 포기하고 다시 잠드는 거라고 합리화를 해 본다.)  


   

  덧. 6살 꿍이는 언니가 먼저 잠이 들면 침대에서 재빨리 내려와 내 옆으로 왔다. 마치 언니가 잠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7살이 된 꿍이는 조금 더 컸다고 요즘 제 침대에서 잘 자는 편이다. 덕분에 내 새벽 기상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밤에 누워서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생각한다. 꿍이가 ‘엄마 잠이 안 와.’ 하면서 내 옆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마흔 살 엄마는 아이들 품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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