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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08. 2024

연재북 제목을 고친 이유

  새벽 3시 50분. 4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깼다. 다시 누울까 잠시 고민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신다. 조금 어두운 조명을 켜고 거실 한편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본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잡고 이어지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이어진다. 명상이 끝나면 유튜브를 보면서 스트레칭을 하며 쉬고 있던 근육들을 깨워본다. 화면 속 자세처럼 곧고 바른 자세가 나오지는 않지만 찌뿌둥하던 몸이 개운해지는 것에 만족한다. 책상에 가서 타이머를 켜고 책을 읽는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공책에 옮겨 적어본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6시가 넘었다. 후다닥 노트북을 켜서 한 줄이라도 글을 쓰려고 빈 화면을 바라본다. 6시 40분이 되면 아이들을 깨우는 알람이 울리고 아침이 시작된다. 벌써 일어난 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늘도 이렇게 여유롭고 충전되는 나만의 새벽 시간이었다,로 끝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벽 4시에 일어나도 바쁘다. 세상에. 왜 새벽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걸까. 루틴대로 하고 있으면 충전되는 느낌보다는 겨우 해냈다, 벌써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 뭐지? 내 시간을 가지고 힘을 얻고 싶어서 시작한 새벽 기상에 오히려 하루치 에너지를 아침에 다 써버린 기분이다. 새벽 기상은 나와 안 맞는 걸까. 에잇, 이럴 바에는 잠을 더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새벽 기상을 놓고 싶은 유혹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새벽기상 연재북을 시작한 것은 사람들에게 새벽 시간이 주는 안락하고 짜릿한 기분을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혼자인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캄캄한 새벽에 오롯이 누리는 여유로움과 충전되는 느낌을 담아 연재북을 시작했었다. 이름하여 "새벽 3:30, 나에게 하이파이브". 


  첫 마음과는 달리, 3시 30분은 나에게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고, 일어나지 못한 나에게 실망하는 일이 반복됐다. 꾸준히 담담하게 새벽 기상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족한 내가 새벽에 대해 글을 써도 될까, 자책감이 들었다. 중단하고 싶었지만 처음 시작한 연재북이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은 불편한 마음으로 꾸역꾸역 글을 써나갔다.


  모든 시간은 의미 있다고 했다. 돌아보니 헤매고 힘들었던 시간 덕분에 새벽 시간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 알게 된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계획들을 마구 쌓아놓고 해내지 못해서 지치고 실망했던 순간들 덕분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가벼워질 수 있었다. 몇 주가 지나고 연재북 제목에서 시간을 뺐다. 새벽 3:30은 나에게 버거운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아서다. 루틴의 가짓수도 줄였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덜어내고 더 중요한 것들로 채웠더니 전보다 덜 조급해졌다. 하고 있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새벽 기상을 기록하는 블로그. 이번 주 새벽 기상은 순항 중이다.




  오늘 새벽에는 조금 버겁다고 마음의 신호가 울린다. 요즘 나의 새벽은 명상, 스트레칭, 독서,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사이사이 아침밥을 안치거나 거실에 덜 치워진 것을 정리하거나 화장실에 간다. 물을 마시고 등교 준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기상 인증을 하고 감사일기도 쓴다. 새벽에 한 것들을 블로그에 쓰고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다짐을 해본다.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새벽이 분주하다. 역시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겨야 하나 생각도 해본다. 아니다. 30분 일찍 일어나도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여전히 새벽에 바쁠 것이다. 산뜻한 아침을 위해, 조금 더 꾸준히 오래가기 위해, 새벽 루틴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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