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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22. 2024

새벽 기상으로 얻은 것 2가지

어쩌면 글쓰기로 얻을 것일 수도

  새벽 6시 30분. 여느 때처럼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러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깨거나 새벽 시간을 보내다가도 아이들이 이불을 덮고 자는지 한 번씩 확인하고 다시 덮어주고는 했었다. 이번에도 이불을 차고 자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울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침대 위를 보니 이불을 두 번 접어 반듯하게 개어놓기까지 했다. 스스로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하고, 게다가 한 손을 허리에 대고 다른 한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힘차게 몸을 풀고 있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울이야, 벌써 일어나서 체조하고 있었어? 이불까지 정리했네.


  울이가 배시시 웃었다. 스스로도 뿌듯했을 거다.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두어 번 부드럽게 말했다가 대답이 없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도 내 모습이고,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내 모습이다. 조용히 일어나 새벽을 즐기는 엄마의 모습을 울이는 벌써 알고 있었나 보다.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은 그때 이후로 다시 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새벽을 보낼 수도 있겠다는 흐뭇한 상상이 들었다.




  새벽 기상을 하고 연재북을 쓰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들이 있다.


  먼저,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상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더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늦어진 만큼 못하게 된 것들이 아쉽지만, 나를 탓하고 속상해해도 시간을 앞당길 수는 없다. 전에는 늦잠을 잔 이유에 대해 받아들이고 합리화를 하면 결국 새벽 기상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계속 다그쳐야 한다고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늦게 일어난 날에는 화가 나고 속상했다. 내가 그렇지 뭐.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한 나에게 실망했다. 마음이 편안해진 요즘은 내가 피곤했었구나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낸다. 그래도 아무 일은 없다. 괜찮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일찍 일어난다.



  다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계획하기로 했다. 3시 30분 기상을 마음먹었을 때는 의지가 활활 타오를 때였다. 며칠이 지나자 급격히 피곤해졌고 지쳤다. 일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3시 30분에 일어난 날에도 마음이 분주했다. 독서, 글쓰기, 게시물 올리기, 스트레칭, 영어공부를 다 해내려고 애썼다. 어느 것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명상, 스트레칭, 글쓰기, 독서를 한다. (예상 소요 시간을 적어두면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 루틴의 가짓수를 줄였더니 각각에 더 충실해지고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늦게 일어난 날에는 루틴 중에서 글쓰기나 독서만 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연재북을 쓰면서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잠들어 버리는 날이 많아지거나 컨디션이 나빠 새벽 기상을 할 수 없을 때, 새벽 기상 글을 그만 쓰고 싶었다. 한 주씩 건너뛰기도 하고 발행일이 지나고 나서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재북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어떤 것이라도 쓴 것은 잘한 일이었다. 글쓰기 덕분에 차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었다.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늦게 일어난 날 아침에도 더 이상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내일 다시 일찍 일어나면 되니까.


  앞으로도 결심하고 다짐한 것들이 꾸준히 이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잘 되다가 며칠 뒤에는 흔들리고 가라앉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다시 잘 되었다가 더 잘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잠시 쉬어가더라도 나를 믿고 꾸역꾸역 이어가는 것. 이왕 시작한 것이니 진득하게 해 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 새벽에도 더 자고 싶다, 쉬고 싶다는 마음을 다독이며 괴로워하다 일어났다. 며칠이 지나면 저절로 잠에서 깨어나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다 늦잠 자는 날도 있을 거고. 푹 쉬고 에너지를 충전하면 다음 날에 다시 일찍 일어나면 된다. 새벽 기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있는 지금, 조금씩 뿌듯해진다. 앞으로 또 어떤 습관을 만들어가면 좋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은 무엇일까. 기분 좋은 생각에 빠져 본다.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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