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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큰 돈은 부동산으로 흐른다

부동산 불장의 이유

by 송두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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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송파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출처: 뉴스원).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이재명 당시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전국민 민생지원금' 얘기가 한창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한테 25만원씩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뭐 디테일한 부분들은 앞으로 더 검토해 나가겠지만요.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정해진 날까지 무조건 소비해야 하는 25만원이 생기면 여러분은 무얼 하시겠어요? 주식? 예금? 환테크? 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외식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더 행복한 상상을 해볼까요. 무슨 무슨 이벤트에 당첨돼서 250만원쯤이 생겼다고 합시다. 이 때도 대부분은 외식을 하겠다고 할까요? 더 비싼 메뉴로?


아뇨,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250만원 정도면 핸드폰을 바꾼다거나,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사겠다고 할 겁니다. 지갑이나 미니백을 살 수도 있을 거고요.


만약 2,500만원이 생긴다면요? 십중팔구 차를 생각하지 않을까요?


2억 5천만원이 생긴다면? 아마 지금 살고 있는 집값에 조금 더 얹어서 이사를 가겠죠?


25억원이 생긴다면요? 당장 부동산으로 달려갈 겁니다. 매매계약 하러요.



소득(income)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경제이론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소비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소비의 형태는 그 소득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천 원이 생기면 천 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고, 만 원이 생기면 만 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죠.


핵심은 물건의 가격은 물건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일시적인 소비재는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고요(예: 외식), 오래 가는 물건(비내구소비재, durable good)은 가격이 약간 비싸고요(예: 차), 집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우리가 평생 구매하는 물건 중에 집만큼 비싼 게 또 있을까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큰 돈이 생기면, 우리는 집을 삽니다.


결국 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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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의식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 솔직히 옷도 밥도 집도 다 필요하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의식주가 꼭 필요하다고 하죠. 굳이 나눠보자면, '의'는 비내구소비재고요, '식'은 일시적인 소비재고요, '주'는 소비재가 아니라 자산입니다. 비싼 자산.


옛말에 그런 말이 있죠. 보통 시계(요즘은 핸드폰)는 한 달치 월급 정도 되고, 차는 일 년 연봉 정도 되고, 집은 10년 벌이 정도 된다고요. 이 말 역시 큰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간다는 걸 통찰력 있게 정리한 셈입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지금은 10년 벌어서는 결코 집을 살 수가 없죠. 서울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30대 초중반 평균 연봉은 4,224만원인데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 4천만원입니다. 한 푼도 안쓰고 다 긁어모아도 26.9년(PIR; Price to Income Ratio)이 걸립니다.

* 2022년, 30~34세 평균 연봉 4,244만원(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

* 2022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1억 4천만원(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어쨌든 우리나라 부동산이 그간 '불패신화'를 써내려온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폭발적으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수많은 잉여자본을 만들었습니다. 벼락부자가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항상소득(permanent income)이건 임시소득(transitory income)이건 경제 성장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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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를 둘러보는 이승만 대통령. 당시 추진한 농지개혁의 명암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나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


예로부터 땅은 인간의 절대적 욕구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1946년 이승만 정부에서 「농지개혁법」을 제정하면서 농지개혁을 추진했는데, 이 때도 절대원칙은 '경자유전'이었죠. '내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는 욕구가 당시 농민들에게도 절절했다는 겁니다.


부동산에 대한 욕구는 원초적인데, 드라마틱한 경제 성장 속에서 큰 돈이 마구 생깁니다. 이거 어떻게 부동산을 안 사고 베기겠습니까.


우리나라 부동산은 그렇게 떡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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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아파트 전경. 신축 아파트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출처: CJB 청주방송)


아니, 어찌 보면 부동산과 경제 성장은 한 몸이었습니다. 1960년대 강남 개발, 1980년대 1기 신도시, 최근의 세종시와 지방 혁신도시까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부동산으로 자라왔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큰 돈은 부동산으로 흐른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당연히 지금도 유효하고요.


하지만 저는 말합니다. 집값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요.


일시적인 조정을 전망하는 게 아닙니다. 6.27. 부동산 대책 같은 일회성 이벤트 때문도 아닙니다. 재테크로서의 부동산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종말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그 이유를 차근 차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송두칠 doo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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