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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폰지게임이다

집값 상승의 필수조건

by 송두칠

2023년 4월 23일. 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대성홀딩스·다우데이타 등 코스피 6개 상장사가 뜬금없이 하한가를 맞습니다. 다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추측하기에 바빴지만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못합니다.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아니냐는 정도의 얘기만 돌았죠.


다음 날. 이 종목들은 연속 하한가를 맞습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죠. "주가조작" 때문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들 종목의 주가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주들이 공황매도(panic selling)에 나선 것입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SG發 주가조작 사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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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G發 주가조작 사태의 주요 종목이었던 선광(003100)의 주가 그래프. 한탄강 주상절리를 뺨치는 수직 낙하 구간이 경이롭다. (출처: 네이버 주식)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한 때 524,000원까지 찍었던 삼천리(004690)는 13만원대(-75.2%)에 머무르고 있고, 172,000원이었던 선광(003100)은 간신히 2만원(-88.4%)에 턱걸이 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애당초 주가조작이라는 것이 그렇죠. 세력들의 펌핑을 통해서 그 회사의 진정한 가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주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가격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주식 투자자 중에 저 주식들을 이전 최고가 이상으로 주고 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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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대표.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선점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출처: 연합뉴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는 무조건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집을 나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사주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은 다시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누군가는 이 집을 사고 싶어해야 합니다. 즉, '선호'가 있어야 하고 선호에 따라 구매에 대한 욕구와 소망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수요(demand)라고 부릅니다.


둘째, 이 집을 사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그만한 능력이 되어야 합니다. 즉,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망만 있고 통장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어떠한 가격에서 소비자가 구입할 의사와 능력이 되는 유효수요의 총량, 이것을 수요량(demanded quantity)이라고 부릅니다.


셋째, 결국 누군가가 그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소비자, 즉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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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의 집값이 오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우리 집에 대한 선호'와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출처: Teddy Open Finance)


이 조건은 주식과 정확히 동일하고요, 누군가가 돈 싸들고 제발로 와야한다는 점에서는 심지어 폰지게임(ponzi game)과도 같습니다.



주가조작처럼 부동산 가격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인위적인 집값 띄우기인데, 주식보다 훨씬 더 쉽습니다. 부동산은 공급자가 지리적으로 한정적이니까요. 얼마 이상으로 싸게 내놓으면 아파트 부녀회에서 매물 내놓은 사람과 부동산한테 압박을 하기도 하고, 단톡방에서 아예 얼마 밑으로는 내놓지 말자는 담합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아예 계약 후 취소를 하면서 '실거래가 띄우기'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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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소재 아파트 매매 거래 취소 건 중 44.7%는 '신고가 거래'였다.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가 진하게 의심되는 통계다. (출처: 동아일보)


어떤 물건의 가격이 결정될 때에는 그 물건 자체의 가치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에도 아파트에도 '원가'라는 게 있잖아요. 주식은 PER(Price Earning Ratio) 같은 개념도 있고요.


그렇지만 주가조작이 일어나고, 주택 가격의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펌핑이 가능하다는 것은 단지 '원가'만으로 물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호'와 '능력'과 '실행주체'만 있으면 물건값은 얼마든 오를 수 있습니다. 물건 본연의 가치와 상관 없이요.


게다가 주택의 경우, 통상 누군가는 나보다 우리집을 더 비싸게 사줍니다. 내가 3억 주고 산 집을, 누군가는 3억 5천만원을 주고 삽니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함정입니다. 예전의 3억원은 지금의 3억원이 아니거든요.


부동산 시장은 그 특성상 통상 시계열이 아주 장기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더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시장입니다. 주식시장은 분단위로 초단타를 치기도 하지만, 부동산은 단기 매매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명목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정도도로요. (부동산 시장에서의 명목가격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결론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겁니다.


'선호'와 '구매력'과 '사람'의 세 가지 요소 모두가 불확실하거나 어둡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요소별로 무엇이 불확실하고 왜 어두운지는 다음 편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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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7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발언하는 모습. (출처: 경향신문)


'6.2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나흘 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을 직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자꾸 주택이 투자수단 또는 투기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말이죠.


이거,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바와 정확히 똑같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의 속뜻을 분석하면서, 이 정부는 이제 "부동산으로 재테크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하는 거라고 했죠. 이제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던졌네요. 더 분명하게 말입니다.


<지난 회차 바로가기: 02화 6.27 부동산 대책 행간읽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정부 없는 시장도 없습니다.


시장은 만능이 아닙니다. 오직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거의 모든 시장은 독과점 시장이 되고 말 겁니다. 시장만능주의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때나 통했던 철지난 얘기입니다.


시장에도 정부는 필요합니다. 이번 부동산 대책도 그런 면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또 덧붙이는 이야기


제가 말하는 '부동산 종말'이라 함은 '재테크 수단으로서 부동산이 우월전략이었던 시대의 마감'입니다. 그냥 단순히 덮어놓고 '서울 초상급지 주택의 명목가격 떡락'이 아닙니다.


지난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 주택 호가가 급락했다는 세간의 보도들이 있습니다. 저는 부동산 하락론자이고, 이번 대책은 정말 핵심을 잘 짚은 대책이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들에서 말하는 상황은 어쩌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핵심은 장기적 추세입니다. 즉, 미래 부동산 시장에서는 명목가격이 아닌 실질가격이 하락 또는 보합할 것이고, 설령 실질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한다손 치더라도 그 상승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서 결코 더 높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부동산으로 전략적 인생역전 하는 일은 없어질 거고, 재테크로서의 부동산 수요가 가라앉으면 자연히 부동산의 실질가격도 합리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마치 주가조작된 종목 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것처럼요. 그건 주가폭락이 아니라 적정 주가로의 회복이잖아요.



송두칠 doo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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