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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마음 Oct 26. 2024

시] 나무의 노래

바람이 불면 나무는 노래한다


무성히 펼친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 부서지고 바람 내달리며 

천 장의 나뭇잎이 일제히 사락사락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반짝반짝 눈으로 듣는 음악

부지런히 실 잣는 누에처럼

비단실에 꿴 구슬 같은 음표들

조롱조롱 길게 뽑아져 나온다

그림자도 일렁일렁 춤을 보탠다


나무는 그렇게 사계절을 노래한다

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워

가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

겨울이면 마른 둥치에 악보를 품은 채 

가지로만 타닥타닥 한숨 같은 콧노래 

비로소 여름 되어 터져나오는 환희의 송가 


온몸으로 바람 맞으며 나무는 노래한다

바람이 없으면 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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