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했던 그날의 기억
내가 회복하고 있는 동안, 아빠는 내 직장에 도착하셔서 원장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아빠께서는 내가 있는 병실로 오셔서 처음에는 내가 괜찮은지 보시고 나의 상태를 물어보셨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그 와중에 아빠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아빠는 내가 걱정할까 봐 괜찮다는 느낌으로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으셨지만 그 속에서 아빠의 불안한 표정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나 또한 아빠께서 나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불안하셨을지 상상이 갔고, 감사하면서도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회복을 다한 나는 아빠와 함께 병실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이곳을 그만두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나는 가기 전에 원장님을 잠깐 다시 뵙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원장님께서는 나에게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출근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고 속으로 ‘왜...? 그런 상황을 겪고도 원장님께서는 왜 나를 안 자르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아빠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께서는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당뇨가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속사정과 당뇨로 인해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원장님께 이야기해 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께 나의 속사정을 다 들으신 원장님은 내가 원장님께 당뇨가 있다는 말을 안 한 부분에 화가 나셨을 뿐, 내가 당뇨가 있다고 해서 나를 자를 생각은 없으셨다고 한다. 1년간 나를 쭉 지켜보니 일도 적응되어 어느 정도하고 해서 당뇨가 있다고 해도 나보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주셨다고 하셨다.
즉, 원장님께서는 다른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일하는 능력과 당뇨는 별개라고 생각하셨고,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봐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께서는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원장님이 정말 좋으신 분 같다고 나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원장님께서 사회초년생인 나를 온전히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바라봐주시고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게 잘 이끌어주셔서 나는 지금까지도 원장님께 다시 한번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은 나를 엄청 걱정했다고 하길래 나는 아무 말 없이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엄마께서는 안도하셨지만 그래도 얼굴엔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셨었다. 참 가족들에게 볼 낯짝이 없을 만큼 미안하고 죄송했다.
나도 내가 살아오면서 쓰러지거나 기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내가 ‘저혈당 쇼크‘라는 것을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고, 나의 당뇨 인생에서도 이런 일은 정말 처음 겪어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일로 나는 원장님, 같이 일하는 간호사 언니들, 부모님, 동생들 등 모두에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저혈당 쇼크가 오지 않도록 정말 조심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러나 3년 후, 나의 다짐과는 다르게 또다시 이러한 사건이 한 번 더 발생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