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가득 찼던 기나긴 그날의 하루
나는 애초에 당뇨병이 뭔지 몰랐고, 의사 선생님 말을 들었을 땐 죽을병은 아닌 거 같아 한 3초간 조금 다행으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옆에 엄마의 모습을 보았을 때, 엄마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러고 의사 선생님은 다시 말하셨다.
“따님분 소아당뇨이고, 앞으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면서 혈당을 관리해 나가야 할 겁니다.”
나는 그제야 느꼈다. 내 몸속에 췌장이라는 장기가 망가져서 내가 이러한 병에 걸린 것이라는 것을... 죽을병은 아니지만 내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병이라는 것을...
평생이라니... 그래도 내가 노력하면 병이 나을 수 있을 거란 희망조차 좌절되어 버린 이 모든 상황이 나는 너무나도 절망스러웠다.
그렇게 나도 엄마도 함께 울었다. 너무 슬펐다. 엄마와 함께 계속 울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께 말씀하셨다.
“그래도 어머님께서 잘 발견하시고 아이를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당뇨 전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잘 몰라서 그냥 그대로 방치했다가 나중에는 고혈당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와서 자신이 당뇨인 것을 판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한참을 울고 난 뒤, 엄마는 아빠께 전화를 해서 나의 당뇨판정소식을 알려드렸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아빠께서는 나의 당뇨판정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속상하고 아픈 마음에 열심히 끊고 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셨다고 한다.
엄마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딸의 당뇨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면 되냐고 의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주사를 어떻게 맞아야 할지, 혈당체크를 얼마씩 해야 할지, 음식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당분간은 병원에 자주 와서 주사량도 혈당도 함께 조절해 보자며 나를 격려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잘 새겨들으며 나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다.
이윽고 밤이 되었고 나는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왜 나는 이런 병에 걸린 걸까... 하늘은 왜 나한테 이런 병을 주신 걸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나한테 이런 병을 주신 걸까... 왜 나한테 이런 병을 주신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혼자서 몰래 훌쩍훌쩍 울었다. 그냥 모든 것이 좌절스럽고 다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일을 생각하니 무섭고 두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께서 내 방으로 조용히 들어오셨다. 나의 그런 마음을 이미 헤아리고 계셨는지 엄마는 내 옆으로 와서 기댄 다음 말해주셨다.
“하늘에서 우리 딸한테 남들과는 좀 다른 삶도 한번 살아보라고 너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셨나 보다.”
나는 아직까지도 엄마가 해주신 이 말씀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남들과는 좀 다르게 한번 살아보라고 하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니...
사실 엄마도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참아가며 오직 나를 위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말해주려고 하시니 나는 이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날 밤, 혈당이라는 불안함을 계속 느끼던 나는 엄마의 작은 위로를 받으며 서서히 엄마의 품에 잠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유난히 길었던 그날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