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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주 Aug 06. 2024

도시(경기)에 살 때 이야기

결혼 전으로 거슬러 가보면 내려오기 딱 10년 전 30살이었을 때도 그 이전 10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봐도 

평범하기만 했어서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경기도와 서울 경계 사이에서 이리저리 이동을 하며 지낸 기억이에요. 신도시가 되기 전 들판과 같은 상태의 아파트가 별로 없는 곳에 이사 가서 지내다가 어느 정도 놀랄 정도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되면 다시 다른 신도시가 될 지역으로 떠났던 그런 기억만 있어요. 문득 글을 쓰려고 저를 돌이켜보니, 제가 왜 지금 이렇게 섬에 살고 있는지 이해가 좀 되네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삶을 어릴 때부터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거부감이 적은 것 같아요. 

장점은 시작하는 힘이 있다는 것, 단점은 다소 지지기반이 적은 느낌 이렇게 적고 나니 내가 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는지 또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게 놀라운 것 같아요. 바쁜 일상에 치여서 생각도 못한 부분을 글을 쓰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 마흔이 된 진주가 서른의 진주, 스무 살의 진주를 돌이켜보는 지금 많은 감정이 나타납니다. 엄마로서의 삶을 그때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인문계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잠시 미술 공부를 했지만 한양여자대학교 3년제 인테리어디자인과는 성적으로 입학했어요. 그냥 미술이나 디자인이 좋았고 성적이 돼서 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잦은 이사로 인한 나의 공간이 주는 그런 힘에 매료된 것 같아요. 내가 있는 공간을 이쁘게 만들고 싶다!

이쁜 곳에서 살고 싶다. 결혼하고 몇 년 지나서는 아이 수유하느라 새벽에 깨곤 하는 중에 꿈을 꾸더라고요.

다시 취직해서 일하는 꿈,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하러 떠났던 꿈 그때는 몰랐는데 엄청 소중한 일상이었네요.



사람은 지나가고 경험하고 나야 깨닫는 걸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네요. 

한양여자대학 3년제 인테리어디자인 전공을 해서 그대로 졸업 후 취업을 했어요. 인테리어회사에서 디자인설계일을 했습니다. 거의 사무직과 비슷했어요. 단지 일이 공간 디자인 작업이었을 뿐, 일반적인 회사에서 신입이 겪는 그런 부분들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회사에서 장기간 다녔습니다. 일을 좋아했었구나 하는 건 그때는 몰랐네요. 도면이나 구상했던 공간의 모습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는 건 멋진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라도 다시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상상을 다시 하기 시작합니다.



첫 장기해외여행이자 일본 워킹홀리데이로 1년 다녀오기 전까지 저는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이동하는 삶이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일은 밤샘, 야근이 많은 직업이었어요. 요새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살짝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렇게 밤새고 야근하는 회사생활이 이제는 안 해도 되겠다 싶을 때 떠났고, 어학연수 겸 일본에서 1년 살다 오고 곧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련 없이 떠났지만 결혼하고 나서 다시 떠올리는 엄마 나만 아니지요? 흘러가는 대로 시간이 지나갑니다. 다음 인생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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