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셋이 되었습니다. 올해 둘째 딸이 유치원 입학을 하게 되었을 때
엄청난 기쁨과 고민이 동시에 생겼어요.
집에서 복작복작 두 아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
아 빨리 유치원만 가라 속으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날이 다가오니
둘째 기저귀를 못 뗀 상황이라, 첫째와 둘째 등하교 시간이 다른 문제,
혼자 집에 있게 될 막둥이 생각에 여러 가지 마음들이 뒤엉켰답니다.
그런데
다 기우였습니다. 유치원 들어가자마자 아주 기쁘게도 둘째는 기저귀를 잘 떼었고,
첫째와 둘째 등하교도 얼추 잘 맞춰서 오고 가고 여름방학까지 지나갔네요.
막둥이 혼자 집에 있게 돼서 쓸쓸할까 걱정하는 제 마음과는 달리 혼자서 tv를 어찌나 기쁘게 감상하는지... 혼자 마음 끌어안고 지낸 제가 조금 웃음이 났습니다.
인생이 다 그런 건가요. 고민 많은 것 중에서
스르륵 풀리는 문제들이거나 문제가 아니었거나그런 생각이 듭니다.
섬에는 초등학교만 있었습니다. 분교예요. 학생수도 5명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유치원이 개설되고 저의 첫째 딸이 첫 입학생이라서 지역 신문에도 사진이 실렸답니다.
엄마보다 신문에 나온 우리 첫째 딸 유명인입니다.
그런 첫째 딸이 유치원 졸업을 하고, 초등학생이 되어 벌써 3학년입니다.
둘째 딸은 올해 유치원 입학하고, 같은 한 건물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함께 지내요
저는 그런 생각이 아직 안 들지만 아마도 다시없을 추억의 한 일부분 이겠지요~?
둘이 자매라 매일 울고 싸우고 웃고 놀고 삐지고
집에서는 시끌벅적합니다. 그런데 학교에 데리러 가면 공손한 두 아이들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째 때부터 어린이 집은 구경을 못했어요. 그냥 저와의 함께 있는 순간이 일상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서 유치원 생활은 더 즐겁고 재미있게 빠르게 적응하게 된 것 같아요.
저와 잘 분리가 되었으니까요. 둘째 딸도 언니도 학교에 다니니 자기도 학교 간다고 하더라고요.
금세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막둥이도 아직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아침에 누나들 학교 데려다주는 길을 같이 다닙니다.
손을 흔들고 빠이 빠이 해줘요 집에 저와 돌아와서는 마음껏 포크레인장난감 tv감상을 합니다.
첫째 때보다 밀착케어는 덜 해지네요
막내야 미안하다.
그래도 짧게 짧게 저랑 스킨십 하면서 장난감 가지고 놀고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산책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웠어요~ 이제 선선한 가을이 오니
다시 함께 걸어야겠습니다. 얼마 전 드디어 유모차를 버렸어요! 아 속 시원해
제 마음 공감하시죠~?^^
이곳은 학원도 없고, 키즈카페도 없고, 어쩔 없는 강제적인 홈스쿨링 환경입니다.
그냥 밖에 나가 자연 보며 산책하고, 집에서 tv 보고, 부대끼며 뒹굴뒹굴하고
별거 없는 일상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는데 엄마인 저랑 함께 있는
주어진 시간 중에
제일 긴 시간인 것 같네요.
글을 쓰며 조금 반성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추억을 좀 더 만들어야겠어요~
얼마 전 첫 바다 해수욕장에 함께 물놀이, 모래놀이 했던 순간이 저도 올여름 중에
제일 최고였어요. 아이들도 엄청 웃고 좋아하더라고요.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왜 생각이 드는지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과 산책을 다녀오고
꼭 안아줘야겠습니다. 사랑으로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야겠습니다.
완도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