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초등학교에서 사용했던 수업 시간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내가 캐나다에서 처음 교생 실습을 했을 때 가장 당황/놀랬던 부분은 수업시간표였다.
이것도 학교마다 다르고 학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기본이 1교시에 30-35분 수업이다. 반에서 사용하는 시간표는 대부분 교사 재량으로 정하지만,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체육과 음악 등 본인의 교실이 아닌 다른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의 시간표를 먼저 짜면 그에 맞춰서 반 담임 선생님들이 본인이 맡은 방 스케쥴을 짜는게 일반적이다. 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수업시간표를 짤 때 학교 선생님들이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협동한다는 사실이고 이 과정 중에 학교의 교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시간표를 검토하고 더 모든 선생님들이 공평하게 상의 하고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는것이다. (굉장히 큰 학교가 아니고선 교감선생님은 없기에 교장선생님이 이 역할을 도맡아서 한다)
이 시간표는 하루에 쉬는시간 (대부분 15분)이 두번을 포함하고 있다. 이 두번의 쉬는 시간, Recess,는 전체 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갖으며 날씨가 협조를 해주는 이상 대부분 학교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에서 놀다가 들어온다. 초등학교가 K-6학년이든 K-8학년이든 상관없이 이 recess (쉬는시간)에는 모두 밖에 나가서 있다가 들어와야한다.
본인이 맡은 반이 만약 음악/체육 수업을 하러 이동을 했다면 사실 그 교시는 담임 선생님에겐 prep time으로 주어진다. 이 prep 시간은 교사가 다음 수업을 준비하거나, 내일 일정을 준비하는 등 본인이 수업 준비하는 시간으로 사용되며 학군마다 선생님에게 prep 시간을 몇번을 줘야하는지 정해져있는 곳에 있는가 하면 학군에 따라 이 시간을 꼭 게런티로 가질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 학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장의 역할이 큰 것이다. 음악/체육을 수업을 골고루 분배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같은 횟수의 prep 시간을 갖게 하는 것과 그 횟수의 간격이 공평할 것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없는 개념이 School Day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세는 달력과는 다르며 각 학군에 따라 School Day가 달라진다. 학국 웹사이트에 들어가거나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처음으로 볼 수 있는게 "Today is School Day #" 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School Day는 6일이며 이걸 한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School Day에 따라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에 알고 있는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9월초에 학교에 처음 갔다고 생각해보자. 월-금까지 학교에 가면 School day 1-5이고 그 다음주 월요일은 day 6 시간표를 따른다는 말이다.
Kindergarten에 보내는 부모님들은 이 School Day가 아주 중요하다. 왜냐면, 이 school day에 따라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날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kindergarten은 하프타임 (half time)이며 홀수와 짝수날을 나눠서 반이 갈린다. 만약 내 아이가 홀수반 (odd day class)라면 school day 1,3,5에만 학교에 가며 짝수반이라면 2,4,6에만 학교에 보내면 된다.
**kindergarten이 하프타임인 이유는 일단 매니토바에서 킨더가든은 필수 교과 과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또 없는 개념이 있다면 이 당번 개념이다. 당번이라고 생각하면 분명 고등학교에서 야자감독을 하는 선생님들 정도가 떠오르겠지만 여기선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당번을 정하는것은 교장의 권한 중 하나이며 매년 1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교장이 당번을 정해서 선생님들에게 전달한다.
이 당번을 맡았을 경우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밖에 나간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북미이기 때문에 당번을 정해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나가 아이들 사이에 다툼은 없는지 다치진 않는지 이상한 사람이 다가오진 않는 지 등을 살핀다. 대부분 반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2-3명 정도 하루씩 돌아가면서 당번을 맡는다.
- 실제로 학교에 아이들이 있는 시간엔 주민들이나 부모님들이라도 학교 운동장/놀이터 등을 지나갈 수 없다.
학교에 부모님들이 데려다주는 아이들도 많지만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경우 아이들이 잘 도착했는지 아니면 버스에 탔는지 안탔는지 등을 체크하는 당번이다. 이것도 돌아가면서 당번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Head teacher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책임을 도맡아 당번을 서는 경우도 있다.
만약 bus duty를 한다면 recess duty에서 빼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나다는 일단 "이제 학교에 들어와도 됩니다"하는 warning 종이 치기 전에 아이들은 사전에 합의 된 아이들 이외에 학교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 각 학년/반 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문도 다르고 아이들이 대기하는 장소도 다르다. 모두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인것이다.
학교에 부모님들이 일하러 가는 중 아이들을 내려주고 가면 첫 종이 울리기 전까지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당번이다. 이 당번을 맡았을 경우 평소 학교에 출근하는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하며 아이들과 같이 밖에서 대기 해야하기 때문에 날씨에 맞는 옷을 챙기는게 기본이다.
학교일과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등교할 때와 같은 이유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픽업하러 오는걸 확인하는 당번이 있다. 이 경우 방과후 나가서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보호자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하고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없는걸 확인하면 된다.
위에서 말하는 모든 당번들은 캐나다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피할 수 없는 포지션들이며, 이 당번을 하지 않고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길게는 15분, 짧게는 10분정도 당번이다. 만약 한가지 당번을 더 선호한다면 학기 초에 교장에게 가서 이야기 하며 어필하면 대부분을 그 어필을 들어준다.
우리가 다닌 학교들을 생각해보면 한 반이라는 개념은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함께 학습하는 환경이다. 캐나다 (뿐아니라 북미 전역)에서는 아주 손 쉽게 두 학년이 한반에 속하는걸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한 반이지만 3학년과 4학년이 함께 있어서 G3/4라고 부르는 반이 있을 수 도 있고 또 다르게 G5/6이나 G1/2로 두 학년이 함께 한 반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짝수/홀수 커리큘럼을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한 아이를 2년정도 반에 두고 가르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만약 새로 전학/입학 한 아이들이라면 따라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더 자세하게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임의로 내가 가르치게 될 학년과 반이 3/4학년이라고 치면 내 반의 아이들은 3학년과 4학년 아이들이 섞어져서 있을 것이다. 새롭게 3학년이 된 학생이 있다면 그 아이는 4학년이 되어서도 나와 같은 반에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새로운 3학년을 처음으로 반에 왔을 때 내가 가르친 내용이 4학년이 배우는 내용이였다면, 이 학생이 4학년이 되었을 때 배울것은 3학년이 배우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4학년이 배우는게 3학년이 배우는것보다 어려운걸텐데 어떻게 3학년 내용을 먼저 안배우고 4학년걸 가르치지? 그게 가능해?
북미니까, 캐나다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앞서 "북미 학교는 교과서가 없다" 포스팅을 보시면 더 자세하게 이해가 될테지만, 북미 학교의 커리큘럼과 학습목표는 아주 큰 그림을 제시할 뿐이지 "어떻게" 가르칠것인지에 대한 제한이 없다. 그렇기에 가능한 멀티학년제도이다.
수준별 수업, 차별화 수업, 맞춤형 수업 등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는 이 교수법의 전달방식은 정확하게는 학습목표를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은 다르게 배운다는 철학을 전제하고 같은 반에서도 다른 학습법을 제공할것을 선생님들은 교육받는다. 캐나다 교육대에서도 중요하게 가르치는 부분이다.
어떤 아이는 혼자 학습할 때 더 잘 배울 수 있고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배울 때 더 빠르게 흡수하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눈으로 보이는 비쥬얼로 학습을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오히려 귀로 듣는 것으로 학습을 빨리 하기도 한다. 동시에 어떤 아이는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르게 했을 때 바로 이해할 수 도 있고, 어떤 아이는 배우는 방법을 다르게 했을 때 더 빠르고 쉽게 배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