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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Oct 31. 2023

북미 학교는 교과서가 없다 1


한국 교육을 받고 자란 후 성인이 되어 캐나다에 이민해 교사가 되는 과정을 밟으면서 낮설었던 북미교육에 조금 적응하게 되는 것 같은 요즘이다. 북미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캐나다 교원대를 다니면서 알게된 몇가지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북미 교육, 학교에 대한 시리즈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교과서가 당연하던 공교육을 받은 주변 한국 친구들과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캐나다 교원 대학교에 와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당연히 교과서와 관련이 있었다.

커리큘럼을 배우는 과목을 들으면 각 학년에선 어떤 걸 배워야 하고, 수학, 영어(모국어), 과학, 음악 등 과목 별로 나온 학습목표들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커리큘럼 과목은 이후 "그 학습 목표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수업인 Method 과목으로 배운다.



"도대체 이 커리큘럼들을 배워서 뭐하나.. 그래서 이걸로 나보고 어떻게 가르치라는거야..."


교과서가 당연할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혼자서 처음 method 코스에 들어가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학습 목표 하나만 가지고 우리 재량으로 수업계획표를 짜오라는데 가이드 라인이 학습목표밖에 없으니 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첫 수업계획표를 거하게 망치고 ㅋㅋㅋㅋㅋ 알게된 사실. 미국/캐나다에는 교과서가 없다. 모든건 선생님의 재량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교과서도 있고, 가르쳐야하는 내용이 더 디테일하게 가이드 되어있지만, 초등, 중등은 대부분 교과서가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아서, 잘"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아이들의 교육을 가르쳐야 한다.

자 여기서 질문입니다.

북미는 왜 교과서는 없는걸까??



같은 학년에 있다고 하더라도 각 반마다, 선생님마다 나가는 진도가 다르다. 한국과는 다르게 연령대가 다양하게 섞여 있고 (만 나이) 아이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긴 하다. 학생 수가 150명 이내인 학교는 대부분 Multi-Graded (멀티-그레이디드) 클래스가 있는데, 이 말은 예를 들면 1,2학년이 섞이거나 3-4학년이 섞여있거나 이렇게 두 학년이 섞여있는 클래스를 말한다. 이런 반은 한 학년만 있는 반과는 다른 진도과정을 밟는게 당연하고 그 진도가 다른 반과는 다른게 당연하다. 그래서 각 학년마다 교과 학습 목표만 있을 뿐 획일화 되어있는 교과서는 없다.

모든 반은 선생님들의 역량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Every child has different way to learn이란 스테이트먼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유니크하고 다른데 어떻게 평준화된 한 방법만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동시에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이 다르고, 어떤 아이는 말하기가 어렵고 어떤 아이는 글쓰기가 안되는 등 개개인의 역량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교과서가 있는게 말이 안되는 시스템이긴 하다.



장점과 단점


장점: 선생님의 역량이 닿는 곳 까지 각 아이들마다 각자에 특화되어있는 교수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각 아이들도 너무 어렵지 않지만 너무 쉽지 않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된다. 각 아이들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 하는 교수법이다.

각 아이들의 개성과 역량이 존중받고 그 아이들에 맞춰 수학, 영어(모국어) 수업이 이뤄진다. 대부분은 한가지 개념을 다같이 설명듣고서 레벨에 나눠진 그룹으로 나눠져 각 수준에 맞는 게임이나 활동을 한다.

단점: 같은 학년에 있다고 하더라도 각 선생님마다 스타일과 교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학을 가거나 새롭게 학년에 들어갈 경우 진도가 각각 다를 수 있다. 특히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수학/과학을 배운게 아니기 때문에 학생이 혼란을 격을 수 확률이 훨씬 높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학습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대학교나 사회 생활을 할 때 어떻게 더하기를 배웠는지, 글자를 배웠는지 천차만별이다.

그럼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있는가?



영어(모국어)를 중심으로 해서 수학, 사회, 과학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초등저학년에선 시간표에 따로 표시되어 잇지 않고 아이들이 시간표를 알고 있을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수학
모든 수학은 개념을 배우고 게임과 활동중심으로 직접 적용해보는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를 푼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는데 초등 3학년 정도가 되면 제 자리에 앉아서 수학문제를 푸는 행위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앉아 간단한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앉아서 문제를 푸는 시간을 전부 합쳐도 하루에 10-20 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아이들은 혼자서 문제의 답을 맞추는 것보다 문제 푸는 과정을 증명하는 법을 배우게된다. 특히나 직접 손이나 몸을 움직여 배우는 경우가 많고 저학년일수록 책상에 앉아서 문제를 푸는 시간은 현저히 짧으며 책상에 앉아서 하는 활동 경우 대부분이 수학 게임이다.

영어 (모국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는 모국어를 배우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어떤 과목이라도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와 연결시켜 활동을 하고 언어의 토대를 잡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붙는데 이는 아마 영어라는 언어 특성상 발음도 어렵고 쓰는것도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일것이다.

(사실 한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이 영어를 가장 어렵게 가르치는 방식이 아닐까 새삼 깨닫게 된다. 북미 학교에서 현지인들이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중에 적어보겠다)

사회/과학
영어와 수학에 비해서 시간표에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필요한 정도는 계속해서 배우면서 영어를 배우는 시간에 배워야하는 토픽이나 학습목표를 같이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다. 이 모든게 사회와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토대는 마련하는 정도이지만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활동, 실험,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이 이뤄진다.




북미, 특히 캐나다에서 학교를 보내는 이민자분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시면서 애들이 왜 교과서를 보여주지 않지? 하는 궁금증이 풀어졌길 바란다.

교과서가 없는 북미에서 선생님의 재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습하면서 매일 깨닫게 되는 나날이다. 다음 포스트에선 교과서 없이 영어를 가르치는 법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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