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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누 Nov 01. 2023

1. 크론병과 함께한 19년

처음, 크론병 진단

어릴 때부터 유독 배가 아픈 날이 가끔 있었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도 진행했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똑같았다. 아무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꾀병으로 오해받는 것 같아서 싫었다. 정말 아팠는데 말이다.


식습관은 정말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불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이 있었다.

밥 먹는걸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였고, 작은 알약으로 1끼 식사가 대체되는 세상을 언제나 꿈꿨다.  지금도 그런 세상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선천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밥까지 먹기 싫어했으니 영양분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뼈가 상당히 얇다. 남자들 중에 나보다 얇은 이를 못 봤던 듯하다.


그런 상태로 성인이 되었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1학년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나름 밥을 잘 챙겨 먹고 다녔다.

이후에 성적이 좋지 않아 2학년 때는 기숙사를 나오게 되었고, 자취를 해본 적이 없던 나는 부동산 구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고시원이라는 작은 방에 살게 되었다. 고시원의 주방은 공용 주방이었다. 몹시나 자신감이 없고, 밥 먹는 걸 귀찮아하는 나에게 공용 주방이란 최악의 조합이었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을 리가 없었다. 결국 고시원 생활 2달 즈음에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고, 주말이 되면 용하다는 동네 내과를 모두 다니고 난 뒤에야 2차 병원으로 갔다. 동네 내과에서는 모두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당시에는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도 설사가 나와 화장실을 드나들었고, 장에 가스로 인해 참을 수 없는 심한 복통의 연속이었다.


2차 병원에서는 우선 입원을 권장하였고, 난 갑작스레 학교를 휴학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결과는 크론병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쯤이니 희귀한 병일뿐더러 어린 나이에 나에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3차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하였다. 당시의 인터넷 검색으로 아산병원이 크론병에 대해선 신뢰도가 있는 병원으로 보였다. 이후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최종 크론병으로 판정을 받았다.


그때가 7월의 어느 날이었는데, 이전에 난 친구와 같은 날 같은 부대를 가기 위해 동반입대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크론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면제 사유에 들었고, 난 서울 병무청에서 최종 면제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 병무청에서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난 남겨져 친구들 군대를 보내주고, 휴가 때는 챙겨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면제와 평생 치료되지 않는 불치병, 그리고 알약을 매일 3번 평생 먹어야 하는 것.

어린 나이에는 당장의 면제가 제일 좋았던 듯하다.


어려서부터 겉멋에 빠져 술과 담배를 낭만이라 생각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마음껏 즐기리라 생각했다.

크론병에 가장 최악의 조합이지만, 대학생 시절 배운 술과 담배는 꾸준히 즐겼다.

그렇게 알약에 의존하면서 13년이 흘러 지나갔다. 크론병은 항상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관해기라 하여 어느 정도 염증이 심하지 않을 시기가 있는데 그때가 내 나이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였다. 이후에는 염증 수치가 좋아지지 않았고, 출혈도 약간 있었다. 병원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권고하였지만 거절했다.

현재의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고 해당 치료제는 평생을 스스로가 허벅지에 주사를 놓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장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고, 나는 마냥 방치하고 있었다. 방치뿐만 아니라, 운동도 하지 않고, 술과 담배, 그리고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가득 찬 나날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5년이 흘러 지났고, 어느 날 갑자기 배에 가스가 가득 차고, 허리가 아픈 날이 왔다.

처음엔 그냥 오늘 속이 안 좋나 보다 하고 그냥 지나쳤다. 잠을 못 들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결국 잠이 들었고, 다음날 되니 씻은 듯이 괜찮아졌다.

그런 날이 2번 3번 반복되었고 난 자연치유가 되겠거니 하고 지나쳤다.

그러고 3달이 흐른 뒤,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찾아왔다.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병원에서의 21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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