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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첼시FC 홈구장, 동네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

스탬퍼드 브릿지, 집 근처 강변 공원 비숍스 파크에서 스케이터보이가 되다

by 송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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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투어를 마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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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가는 길.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축구팀 첼시 FC의 홈구장을 지나간다.

한 번 내려서 구경하기로 결정.

축구 종가에 왔는데 축구 냄새를 좀 더 진하게 맡고 가야지.

월드클래스 수비수.

사진상으로 밝아 보이지만 조금 늦은 시간이라 투어나 매장 구경은 못 하고 외관만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이름도 찬란한 스탬퍼드 브릿지.

벽을 따라 첼시FC의 역사를 쓴 선수들을 기리고 있다.

내 기억 가장 아름다운 첼시의 모습.

당시의 선수들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그들 가슴에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는 삼성의 로고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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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시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온다.

버스를 타고 집 앞까지 가지 않고 그전에 내려서 집 옆의 강변 공원을 구경할 것이다.

거기서 집으로 총총총 걸어서 가면 동선 낭비도 없고 좋다.

저녁도 해결.

날이 이렇게 밝지만 늦은 저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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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의 이름이 비숍 파크구나!

강 건너가 바로 푸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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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리 이름도 푸트니 브릿지.

지난번 우버 보트 투어에서의 종착지가 저곳이었지.

어..? 나무에서 할아버지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공원 내의 광장에 도착했다.

운동기구, 놀이기구, 농구골대, BMX장 등이 있어 젊은 친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었다.

자전거와 스케이트 보드들의 향연.

저기 서 있는 빨간 옷과 선글라스까지 낀 간지 나는 소녀들을 기억해 두라.


만능 운동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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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운동기구와 철봉들.

놀이터의 기구들도 디자인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해가 진다.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다시 스케이트 장으로 향했다.

마침 스케이트를 쉬는 아이들을 발견.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5~6명 정도 되는 무리였다.

남는 스케이트를 하나 빌렸다.

아까 사진의 빨간 옷의 아이의 것이었다.

이 아이는 심지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인다.


흔쾌히 빌려주는 아이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나는 스케이트를 단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것.

그래도 기본 운동능력을 믿고 있었기에 도전했다.

목표는 저 슬로프를 멋지게 내려가는 것이었다.

일단 걸음마부터 배워야 하니 평지에서 보드를 움직여보는데 이게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던지 선글라스 여자아이가 다가와 내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기본자세를 배우고 발을 바꾸는 것, 푸시하며 가속하기.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열정적이 선생님이었다.


이 정도면 걸음마를 충분히 떼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슬로프 도전.

포인트는 경사에 무서워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숙이는 거다.

겁을 먹고 무게중심이 충분히 앞에 있지 않으면 보드가 몸보다 먼저 나가서 뒤로 나자빠지게 되어 있다.

오케이 이론 숙지 완료!

...그런데 터무니없는 목표였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쫄보였기에 실패의 연속이었다.

오기가 생겨 계속해서 도전했지만 결국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

거의 1시간 동안 도전을 했는데, 이때부터 동네 구경거리가 되어 옆에서 너도나도 조언을 던져주었다.

퇴근하고 스케이트 타러 온 직장인 아저씨도 또 다른 선생님이 되어 적극적으로 튜터링 해주었지만 못난 제자의 한계로 결국 성공을 보여드리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슬픈 후문.

대신에 그냥 평지에서 조금 더 스무스하게 타고, 점프를 할 수 있는 것까지로 만족하기로 했다.

슬로프에 대한 열망은 바로 접었다.

그래도 이 공원 패거리들의 생태는 조금 알 수 있었다.

여기 이 아해들은 풀럼과 푸트니에서 활동하는 아이들.

지난번 브록웰 공원에서처럼 같은 동네에서 살면 나이에 무관하게 잘 모이는 것 같았다.

처음 6명 정도 되는 무리는 저녁이 깊어지자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나에게 보드를 빌려준 빨간 옷 친구와 사진에는 없는 벽안 금발 묶음머리 소녀가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내 옆을 지켜주었다.

내 스케이트 삽질이 진행되는 동안 그 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정말 친한 친구처럼 몇 시간이나 수다를 떨고 있다니.

그나저나 집에 안 가도 되는 거라서 이렇게 늦게까지 있는 건가?

궁금했지만 그들의 개인사이자 가정사라 생각하여 묻지 않았다.

거기다 아까의 중학생 같은 여자아이가 왜 폼생폼사로 입에 담배를 물고 선글라스를 쓴 채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는지도 묻지 않았다.


나는 스케이트에 열정이 생겨 보드를 빌려준 친구에게 내일도 오는지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웬만하면 학교를 마치고 이곳 공원에서 모이는 모양.

그렇다면 내일 보자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조심히 들어가고 좋은 밤 되려무나.

내일 보자고.



ep.6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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