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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Apr 18. 2024

ep.17 탬즈강 물 밑을 걸어서 건너다

강북에서도 녹지는 이어진다, '밀월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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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맛의 피쉬 앤 칩스, '잭 더 칩퍼'


카페인 충전을 마치고 카페를 나섰다.

15그램 커피는 분명 만족스러운 카페였지만 화장실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죄없는 내 하복부에서는 화장실 신호가 붉은빛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그럼 슬슬 방법을 찾아야겠지.


다음 루트는 바로 강을 건너서 강북의 카나리 와프로 가는 것으로 강을 건너기 전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가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탬즈강을 헤엄쳐 건널 수 있다하면 소양강 댐 물에 잉크 한 방울 튀겨 넣는 것처럼 수영중에 시원하게 배출이라도 하겠건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서 이동한다면 요의를 해결하기가 상당히 난감할 것이었다.

런던의 수상 버스 역할을 하는 '우버 보트'의 선착장 '그리니치 피어'에 가까워질수록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내가 왔던 블랙히스 방면에서의 내륙 루트가 아닌 이쪽 방면을 이용해 그리니치 파크를 방문하는 것 같았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딱 관광지의 상업지구 느낌이랄까.


많은 가게들 중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큰 서점.

2층까지 있는 거대한 규모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바로 입장했다.

책들도 지나치듯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빼곡히 진열된 책들


화장실은 2층에 있었다.

그러나 쿠쿵!

화장실은 디지털 도어락으로 잠겨 있었다.

붐비는 관광 거리인만큼 화장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아무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 같았다.


카페를 나온 뒤 시간은 꾸준히 흘러갔기에 화장실 신호가 불안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차마 다른 가게를 찾으러 갈 여유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여기를 돌파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마음과 신체의 조급함이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았다.


화장실 사용가능 여부를 물어볼 직원을 찾았다.

2층 창가쪽에 서점 내 카페가 있었다.

직원에게 가서 울 것 같은 표정과 함께 화장실 이용방법을 물었다.

직원은 안타깝게도 카페 이용객들만 화장실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직접 청소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터프하게 관리하는 것이 이해는 되었다.

돌아온 절망적인 대답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뒤돌아서는데 다시 직원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자신에게 부르더니 내 손에 찢긴 영수증 조각을 건네주었다.

영수증에는 화장실 입장 코드가 적혀있었다.

아마 구매를 하면 영수증에 화장실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모양.

그녀에게 감사의 표현을 충분히 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영수증 조각



그리니치의 천사 덕분에 한결 가벼운 컨디션으로 여정을 이어 가게 되었다.

서점을 나와 이제 완전히 강변 근처에 도착했다.

복작복작한 상점가 거리 끝에는 넓은 광장이 강과 함께 나타났다.

강 방향으로는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여있어 넓은 하늘과 멀리 보이는 카나리 와프의 마천루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광장에는 알록달록 회전목마와 오래된 범선을 개조해 만든 관광 시설 '커티 삭'등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탬즈강을 건널 수 있는 수저터널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는 내 기대보다는 초라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더 커다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방법으로는 엘리베이터와 나선형 계단이 있었다.

내려갈 때에는 계단을 선택했다.

짧지 않은 계단을 내려와 지하에 도착하자 눈앞에 기다란 터널이 나타났다.

보행자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강남과 강북을 오가고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 녹아들어 좁고 긴 터널을 횡단했다.


※구글맵상 눈대중으로 길이를 가늠해 보니 약 300m 정도의 거리이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터널이 나타난다.
자전거 이용자들도 제법 많다. 접촉사고에 유의할 것



반대편 입구에 도착했다.

올라갈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

엘리베이터는 화물용 엘리베이터처럼 넉넉한 내부 공간을 가져 유모차나 휠체어, 자전거들이 터널을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강북이다!

뒤돌아 탬즈강을 바라보니 아까는 같은 면에 있던 그리니치 발전소가 강 건너편으로 보인다.

그제야 강을 건너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터널 출구 근처의 작은 녹지는 '아일랜드 가든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는 강북. 아일랜드 가든스.
런던, 아일랜드 가든스 역 인근


DLR 역 '아일랜드 가든스 역'을 지났다.

바로 붙어있는 커다란 공원 '밀월 공원'으로 들어갔다.

그리니치 공원보다 면적으로 따지면 조금 작은 공원이지만 내부는 더 현대적이고 알찬 곳이었다.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나 아이들이 많았는데, 런던의 출산율이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 어딜 가나 아이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후에 따로 런던의 인구분포도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들 중에는 축구의 종가답게 공을 차는 아이들도 많았다.

만약 런던 여행중에 공을 잠깐 차고 싶어 진다면 공원 아무 곳에 가서 서있어 보라.

아이들이 차고 놀던 공이 한번은 데구루루 굴러올지니.


가족들이 많다.
카나리 와프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계속해서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에는 밀월 공원과 붙어있는 '머드슈트 농장'이 있었다.

농장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들 친화적인 체험형 농장의 역할도 하는 곳이었다.

마치 동물원에 온 듯한 느낌으로 기쁜 산책을 이어갔다.


'매너가 농장을 만든다.'
Messi, the GOAT
DUCK
크고 우람한 친구
달걀도 팔아요!
닭장 안에는 암탉이~
전체적으로 푸르다.


푸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머금으며 녹지 산책을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데구르르 런던 키즈들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얘들아, 진드기도 조심하렴!





ep.1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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