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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사과 Dec 17. 2024

프롤로그

"나라는 이름으로, 나는 꿈을 꾸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품에서 눈을 뜬 첫날,
여자로서 세상과 마주한 순간들,
계절이 지나며 흘러간 수많은 시간들.
그렇게 삶은 조용히 우리 곁을 지나며 흔적을 남겼습니다.


어릴 때 어느 날, 엄마의 오래된 사진첩을 펼쳤습니다.
흑백 사진 속 젊은 여자는 낯설면서도 익숙했습니다.
엄마가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나는 꿈을 꾸었다."

사진을 손끝으로 더듬던 나는 문득 멈춰 섰습니다.
엄마도 나처럼 여자로서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까?
사랑에 설레고, 고뇌에 흔들리고,
언젠가 세상과 홀로 마주하며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를 선택했을 그녀의 시간들.


엄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그녀의 손끝에,

주름진 얼굴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엄마가 보낸 계절들을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봄날의 꿈, 여름의 열정, 가을의 사색, 겨울의 인내.
그리고 그 계절들은 지금의 저의 삶으로,
제가 본 세상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여자로 태어나 엄마가 되고,
엄마의 일상이 내 일상으로 스며드는 그 과정 속에서
그 모든 순간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나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내 이야기가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머무는 순환.

이 시집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간과 계절,
그 속에 숨겨진 감정과 기억들을 천천히 풀어내며
단어로 꿰어낸 작은 고백입니다.

여기엔 봄날의 첫사랑도,
겨울밤 눈물을 삼키던 고요한 순간도 담겨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이 작은 페이지 위에 얽히고설켜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기를 바랍니다.

어떤 날은 길고도 막막한 하루 끝에서
다정한 손길 하나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 시집이 당신 곁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단어와 문장 사이에 머문 따뜻한 온도가
당신의 마음을 녹이고,
삶이 계속될 수 있는 힘을 건네주기를.

그리하여, 이 시집은 더 이상
나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흔적을 공유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여기, 작은 시 한 편으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읽는 이의 마음에 닿아
삶의 따스한 빛이 되기를 소망하며.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이 시집을 덮을 때,
당신도 당신만의 사진첩 속에서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나라는 이름으로, 나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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