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26. 아부와 칭찬에 대한 고찰

by 제이오름

『그랜드 투어』책에서 칭찬과 아부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칭찬과 아부는 하나의 기술로 르네상스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중세의 신분제 사회가 무너지면서 아부를 통해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향이나 본성의 관점이 아닌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필수적인 행위였다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경멸의 반대편에는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말, 즉 칭찬과 아부가 있다. 칭찬과 아부 같은 대화의 기술은 르네상스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칭찬과 아부같은 기술은 르네상스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세의 견고한 신분제 사회가 흔들리면서 아부를 통해 출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세에도 조신을 위한 지침서가 있었지만 주로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기는 방법과 같은 궁정 생활의 규범을 나열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궁정 문학은 어떻게 아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 저서로 꼽히는 카스 틸리오네의 <궁정인>은 군주를 기쁘게 하는 일을 조신의 최대 역할로 삼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 조신이라면 아부도 우아하게 할 수 있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부가 특별한 재주처럼 보여서도 안되고 미리 계획한 것처럼 보여서도 안되며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160)


제인 오스틴 소설을 칭찬과 아부의 관점에서 읽어 보았다.『오만과 편견』에서 콜린스 목사는 항상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를 쓰는 인물로 보인다. 특히 높은 지위나 권위를 지닌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아부를 한다. 예를 들어, 콜린스 목사는 로징스 파크에 사는 캐서린 영부인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칭찬을 하는데, 이 때 그의 말은 지구상의 좋은 미사여구를 다 끌어와서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가 그녀를 칭찬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목사 자리를 받는 등 캐서린 영부인에게서 받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그의 아부와 칭찬의 정도를 설명하기는 미흡하다. 그는 성격적으로 아부와 칭찬에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다.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할 때, 그는 엘리자베스보다 자신을 더 부각시키려고 칭찬과 아부를 섞어가며 말을 한다. 그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칭찬과 아부를 할 때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매우 의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우스운 것은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거절하자, 아부의 대상이 샬럿 루카스로 바로 변경된다. 이제 그의 칭찬과 아부의 대상은 샬럿 루카스가 됐으니, 엘리자베스에게 노골적으로 퍼부었던 칭찬은 하루아침에 허공의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다.


콜린스 목사의 아부와 칭찬은 미셀 푸코의 관점(*미셀 푸코는 칭찬과 아부를 사회적 맥락에서 권력의 일부로 해석함)에서 보면 아부와 칭찬을 골고루 사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아부는 권력 관계에서 의존적인 태도, 자아의 독립성을 희생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그의 아부는 상대방(캐서린 영부인)의 권력에 종속되는 힘의 역학을 반영한다. 목사 자리도 캐서린 영부인의 덕택으로 얻어낸 자리이기에 전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낮추면서 아첨하듯이 말한다. 그런데 그의 아부는 어떤 순간에는 칭찬으로 바뀌어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콜린스가 캐서린 영부인을 칭찬하면 할 수록 지역 사회에서 그녀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확장된다. 그녀의 거만함은 베넷 씨의 딸들의 교육관에 대해 거론할 때 더욱 노골적이 되고 베넷씨 가족을 폄하하는데까지 이른다. 캐서린 영부인의 권력이 강할수록 콜린스 목사의 지위와 존재감은 더욱 공고해지고, 자신 또한 비슷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칭찬이 권력의 교환가치이니, 콜린스 목사에게 아부와 칭찬은 매일매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행위인 것이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리디아 베넷의 아부도 콜린스 목사와 비슷하게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매달리는 양상을 띠지만, 그녀의 아부는 젊은 여자아이의 허영심과 "사랑받고"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 리디아가 칭찬할 때는 진지하게 생각했다기 보다는 깊은 생각 없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말들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들이다. 위컴과 결혼한 후에도 리디아는 자신의 결혼이 사회적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언니들에게 심지어 "내가 결혼했으니, 이제 날 좀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얻으려 한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소설에서 베넷 씨는 딸들 중에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판단력이 있는 엘리자베스를 유독 예뻐하는데, 기질상 허영심이 많고 관종끼가 있는 리디아는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져서 자신을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상대에 끌리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알랭드 보통은 『불안』에서 불안의 원인 중의 하나로 사랑결핍을 든다. "사회적 위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상징으로서-그리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더 중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디아 베넷이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남성에게 매달리면서 그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그의 내면에 어떤 불안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인물들이 전부 다 이런 아부섞인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인물들은 진정성있고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해주면서 균형잡힌 칭찬을 한다. 그렇다면 맹목적인 칭찬이나 아부가 아닌 진실과 균형이 담긴 칭찬은 어떤 것들일까? 우선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칭찬할 때 진심을 담아 말한다. 예를 들어 다아시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뒤에도 그를 맹목적으로 칭찬하지는 않는다. 그의 정직함이나 책임감을 인정하지만 그가 지닌 오만함과 편견의 태도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녀의 칭찬은 진실과 균형을 담은 칭찬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다음 대목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말을 통해 어떤 점이 변화됐는지 밝히고 있다.


"...당신에게 진 빚을 어찌 다 말할까요! 당신은 저에게, 처음에는 정말이지 가혹했지만 다시 없이 유익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당신으로 하여, 저는 겸손해졌습니다. 제가 당신께 청혼하러 갔을 때 전 승낙받을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를 기쁘게 해줄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임했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자임하기에는 제가 얼마나 모자라는 사람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506)


좀처럼 잘 칭찬하지 않는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의 아름다운 눈을 칭찬할 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이라 그의 말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추측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더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여쁜 얼굴의 아름다운 두 눈이 베푸는 큰 즐거움에 대해서 명상하고 있었습니다."

빙리 양은 즉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킨 여자 분이 누군이지 말해 달라고 했다. 다아시 씨는 아주 대담하게도 이렇게 대답했다.'

"엘리자베스 베넷 양입니다."(41)


엘리자베스만큼 칭찬과 비판을 적절히 구분하여 쓰는 인물은 『에마』의 나이틀리 씨다. 그는 에마에게 잘못된 행동이 있을때는 단호히 지적하고 에마가 내적으로 성장했을 때는 진심으로 칭찬해 준다. 베이츠 양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인데도 에마는 그녀를 돌려까는 식의 발언을 한다. 분명 베이츠 양에게도 긍정적으로 볼 만한 면이 있는데도 칭찬할 만한 점에 대해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는다. 나이틀리 씨는 사회적 약자인 베이츠 양을 함부로 대하는 에마를 호되고 나무라고 비판한다.


"만약 부인이 잘 산다면 그녀의 우스운 면이 선량한 면을 압도할 때가 있다는 걸 나도 얼마든지 감안하겠어. 부인이 부자라면 악의없이 생뚱맞은 짓을 하더라도 내버려둘 거고 멋대로 구는 당신 태도 때문에 싸우지도 않을거야. 부인이 당신과 처지가 같았다면......

더 할 것 없이, 에마,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봐. 부인은 가난해. 태어났을 땐 남부러울 것 없었던 가세가 점점 기울었지. 노년이 되면 필경 더 곤궁해질 거야. 그런 분이니 당연히 온정을 베풀었어야지. 정말 못된 짓을 한거야. 정말로!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보아온 분이고, 그분의 주목을 받는 것이 영예였던 시절부터 당신이 자라는 걸 지켜본 분인데, 당신이 오늘 멋대로 굴다가 일순 자만심에 빠져선 그분을 웃음거리고 만들고 굴욕을 줬어..."(561)


『맨스필드 파크』의 에드먼드 버트럼의 패니 프라이스에 대한 칭찬도 주목해 볼만하다. 그는 패니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껴주며 칭찬한다. 지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패니가 지닌 학습력, 겸손함, 도적덕 강직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창가에서 별자리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보자.


"네(패니 프라이스)가 이렇게 감겨하니 듣기 좋구나, 패니. 정말 아름다운 밤이야.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런 감동을 어느 정도 느낄 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배우지 못한, 적어도 어릴 때 자연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에 대해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오빠(에드먼드)잖아요."

"학생이 뛰어난 덕분이지. 저기 봐. 대각성(목동자리)이 굉장히 밝구나."(167)


"네(패니)가 얼마나 올곧고 사심없는 사람인지는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으니, 이제는 네가 얼마나 감사할 줄 알고 다정다감한지 보여 주렴. 그러면 너는 여성의 완벽한 본보기가 되는 거야. 난 언제나 네가 그런 자질을 타고났다고 생각했지."(501)


가장 패니의 순수한 모습이 보일 때는 에드먼드와 대화를 나눌 때인데, 그들이 칭찬하는 방식은 서로를 북돋워주는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서점에는 어떻게 칭찬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계발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굳이 서점에 가지 않고 검색만 해보더라도 관련 책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 책들은 칭찬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혹은 어떻게 칭찬해야 도움이 되고, 어떤 칭찬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 주로 대인관계에 초줌을 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 수사학의 관점에서 칭찬을 다룬 글로리아 베크의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칭찬의 기술>이 눈에 띈다. 좋은 칭찬은 속도를 천천히 하면서, 상대의 눈을 보면서 낮은 톤으로, 특히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와! 너무 멋지다. 너 오늘 대단하다" 보다는 "너의 프리젠테이션 정말 집중해서 들었어, 특히 예시로 든 부분 매우 인상적이었어."처럼 구체적으로 말이다. 이런 칭찬이면 그 누구든지 춤을 추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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