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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Mar 28. 2024

EP 16. "만원짜리 커피"

[소비자가 본 스페셜티 커피]




"만원짜리 커피라니"



한창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 공부를 하며 이것저것 커피를 가격 상관없이 구매했던 시절, 집에서 마실 커피를 내리 얼마짜리 커피인지 궁금해하는 아버지가 가장 자주 했던 중 하나이다.


"그렇게 비싼걸 왜 그렇게 많이 사는 거야?


당시의 필자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은 동일하다.


커피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의 필자는 '게이샤'라는 품종이 만들어낸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단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희귀한 품종의 커피들의 가격이 상당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싼 커피가 많아진 것일까? 스페셜티 커피는 비싼 커피일까?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런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구축 시작점을 파나마 게이샤의 등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프리미엄 시장의 중심이 되는 게이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출처: 23hees


게이샤, 이름만 들어도 독특한 커피다.


게이샤(Geisha/Gesha) 품종은 길쭉한 모습이 특징인 커피이며, 독특한 꽃의 향미와 홍차 같은 풍미, 밝은 감귤류와 감귤류의 신맛, 레몬그라스의 향미를 특징으로 하는 커피이다.


이 명성 높은 커피는 벌써 20년 가까이 그 위용을 떨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이 게이샤에 대해서 많은 환상과 정리되지 않은 점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아직도 일본에서 브랜딩 된 커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게이샤 출처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Geisha'는 출처가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떼루아에 적응했던 게이샤 품종이고, 'Gori Gesha/Gesha 1931'은 게샤빌이 생기면서 에티오피아 JARC에서 선별한 게샤 종이다.


그리고 국내에 한 번씩 소개되는 인헤르또의 '말라위 게이샤'는 실제 말라위 떼루아에 적응한 게이샤 품종을 과테말라 인헤르또 농장에서 구매한 걸로 확인된다.



Panama Hacienda La Esmeralda


우선 파나마 게이샤의 유래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1931년, 케냐 정부는 에티오피아 정부에 재배를 위한 씨앗용 커피를 요청했다.


여기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카파 지역과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두 개의 커피를 샘플을 보냈지만 떼루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배에 실패했다.


이후 이 커피들은 케냐정부에 커피를 요청한 탄자니아로 넘어가고, 다시 1953년에 탄자니아에 커피를 요청한 코스타리카로 가게 되었다.


이때, 이 품종이 수집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될 때 기록에는 'Geisha'라는 스펠링이 사용되었다.


1960년대에 파나마는 코스타리카에 요청해 'Geisha T2722'를 포함한 여러 게이샤 품종을 수 차례 반입되게 됩니다. 이때 총 3곳의 파나마 농장에서 게이샤들을 심게 되었고, 유명한 파나마 농장 중 하나인 에스메랄다 농장에서만 적응해서 생산되기 시작되었다.




그다음에 에티오피아 게샤의 유래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면:


파나마 게이샤가 명성을 얻자 그 수요가 폭발했고 2004년에 그 맛을 처음 보고 감동한 Willem Boot는 그 파나마 게이샤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의 어느 숲으로 떠나게 되었다.


게이샤 원종이 처음 발견 되었던 건 1931년 에티오피아의 고리게샤 숲(Gori Gesha Forest)에서 발견되었다.


다시 그곳을 찾은 Willem Boot는 숲을 뒤져 게이샤와 유전적인 정보와 성향 맛까지 유사한 몇 가지 품종을 찾아내고, 그중에 파나마 게이샤와 가장 유사한 것들을 종자개량을 거쳐 하나는 ‘게샤 1931(Gesha 1931)’로, 다른 유사한 품종을 ‘고리 게샤(Gori Gesha)’로 이름 지었다.


그는 동업자들과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게샤빌리지’라는 이름의 농장을 설립했다.





지금도 어떤 곳은 게이샤라고 하고 어떤 곳은 게샤라고 하는데, 어떤 명칭이 정확한 표현일까?


어떤 품종의 Geisha가 파나마로 넘어가는지는 출처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파나마 게이샤는 대부분 에스메랄다 농장에 적응한 Geisha를 다른 파나마 농장에서 심으면서 파나마 전역에서 에스메랄다의 게이샤를 심게 되었다.


현재 자체적으로 품종을 보유하고 연구하는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중남미의 게이샤들의 출처는 파나마에서 사 온 게이샤이다.


반대로 에티오피아로 역수입된 파나마 출신 게이샤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에티오피아 게이샤라고 알려진 '아바야 게이샤'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지나며 떼루아에 적응되어 파나마 게이샤와는 맛이 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위에서도 얘기했듯, 윌렘이 에티오피아로 넘어가 "Gesha" 숲에서 찾아서 연구한 품종들은 "Gesha" 라는 파나마 게이샤와 유사한 캐릭터를 가진 에티오피아 품종이다.


요약하자면 '중남미는 파나마 출신 또는 코스타리카 출신 "게이샤", 에티오피아는 연구소에서 구분한 고리 게샤 숲 "게샤'' 라고 부르면 된다.





지금의 게이샤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바로 2004년에 개최된 커피의 국제품평회이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BOP) 커피 품평회에 에스메랄다 농장이 게이샤 종을 출품했는데, 지금까지 없었던 고가로 낙찰되어 우승을 하게 되었다.


2010년에는 1파운드당 170달러(kg/50만 원가량)를 붙인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일으킨, 이미 비싼 스페셜티 커피 평균가의 10배 이상으로 낙찰받은 게이샤 쇼크라고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게이샤는 세계 제일 유명한 커피 품종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어진 가격의 급상승이 멈춤이 없이 최근 1kg 기준 2000만 원까지 올라가며, 매년 평균적인 게이샤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격의 급상승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게이샤라는 품종은 생산함에 있어 굉장한 노고가 들어가는 커피이다.


자라나는 환경이 고도가 높을수록 그 품질이 명확하게 차이가 나고 대량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곳에 위치한 숲에서 하나하나 잘 익은 체리를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커피이다.


그리고 최근 기후 문제로 인해 더 높은 고도에서 재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에 재배 난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담으로 따뜻한 낮온도와 차가운 밤온도 사이에서 씨앗의 밀도가 높아지는 커피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식지 않는 밤 온도 때문에 그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상위권으로 평가되는 커피들은 따로 구분해 옥션을 통해서 커피를 구매하게 되고, 이런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소비자 간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가격이 치솟게 된다.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꽤 잦은 주기로 커피의 신고가는 갱신되고, 그에 따라 적은 공급의 평균가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




이런 가격이 폭주하고 네임밸류 브랜딩으로 넘어가게 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런 상품을 평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분명히 파나마 게이샤 안에서도 다른 특징의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커피들이 있다.


다만 어떤 커피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인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프라이빗 컬렉션'을 기준으로 잡고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가로는 원두 100g 기준 3만 원 정도, 생두 기준 1kg 10만 원 하는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커피를 게이샤의 기준으로 삼아 품질 대비 가격을 비교하고, 소비자에게 지금처럼 길라잡이가 될만한 기준과 맛의 특징을 소개한다.


물론 품질뿐만이 아닌 다른 외재적 요소도 같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분명 욕망이 섞인 가격 거품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전문가의 시선이 어쩔 수 없이 담겨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도 게이샤가 가지고 있는 특성 자체는 분명 다른 커피의 특징과는 명확하게 다르다는 점은 명확하다.


처음 아버지가 게이샤를 마셨을 때 하셨던 대사는 요즘도 교육을 진행할 때 예시로 많이 들곤 한다.


다른 소비자에게 처음 게이샤를 접하면 이렇게 표현해도 좋다는 예시로 말한다.




"그래도 이건 확실히 재밌는 산미가 있네"




- EP 16.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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