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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Mar 14. 2024

EP 14. "이거 가향 아니야?"

[소비자가 본 스페셜티 커피]




"이거 가향 아니야?"



강한 과일향이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예전 시나몬 게이트 사건부터 엘 파라이소를 거쳐 지금까지도 많은 발효와 무산소 커피들이 등장하는 상황이고, 이런 강렬한 인텐스가 느껴지는 커피들이 등장할 때면 가향을 의심하곤 한다.


사실 필자는 이제 이런 논쟁이 무의미해지는 시점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계바리스타 대회에서는 강렬한 인텐스의 발효커피들을 허용했고, 


그렇다면 어떤 게 가향이고 어떤 게 발효커피일까?


오늘은 "가향 커피"라는 카테고리를 간단하게 알아보려 한다.




일단 우리가 진짜 "가향"이라고 부르는 커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1세대 가향커피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헤이즐넛 커피"와 같은 향오일을 같이 버무린 가향커피가 있다.



이렇게 오일이나 시럽을 넣고 섞어주면 이전부터 즐겨온 "헤이즐넛 커피" "바닐라 커피" 같은 진한 향과 달콤한 시럽맛이 첨가된 가향커피가 만들어지게 된다.


출처: 컬리

우리에게는 선물용 커피로 잘 알려진 바샤커피가 이런 가향 커피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와 결이 비슷한 장르로는 배럴에이지드 커피라는 위스키나 럼을 담았던 오크배럴에 생두를 넣어놨다가 로스팅을 하는 커피도 비슷한 장르로 구분된다.



향시럽 커피나 위스키 배럴 에이지드와 같은 이런 커피들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나 다방시절에 커피메이커로 내리는 껌정물을 그나마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으로 유행을 했던 방식들이다.


제2의 흐름이라는 스타벅스와 프랜차이즈 문화에서는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몇몇 브랜드들에 의해 다시 소개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팬덤이 있는 커피의 장르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언급되는 소위 신세대 "가향" 커피들은 어떤 커피들일까?



우선 최근의 커피 가공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먼저 무산소 가공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무산소 발효(anaerobic process)는 말 그대로 '커피체리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효함'을 말한다. 


이로 인해, 발효 과정 중 산소를 소모해서 발효하는 것이 아닌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활동하는 미생물에 의해서 생기는 색다른 향미가 커피씨앗에 표현되게 한다.



무산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위의 사진처럼 그레인프로백에 체리를 넣고 묶어, 발효되는 과정에서 Co2가 생산되며 산소가 적어지게 발효하는 방법이 있고, 자본이 있는 가공시설에서는 스테인리스 통에 넣어 시작부터 인위적으로 Co2를 주입, 산소를 배출해 낸 환경에서 발효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전자는 일반적인 무산소발효의 기초가 되는 방식이고, 후자는 와인에서 사용되는 C/M (Carbonic Maceration) 가공으로 사샤 세스틱이 2015년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소개하며 돌풍을 일으킨 가공 방식이다.


큰 개념의 무산소(anaerobic) 가공 아래 C/M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다.


다만, C/M은 프로듀서가 명확하게 발효과정을 조절할 수 있고, 재현이 가능하며, 외부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띄고 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에서 등장하는 '가향 커피'는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명확한 하나의 향미가 떠오르게 되는 커피들을 말한다.


위에서 설명한 가공이 완료된 커피에 시럽이나 배럴향 같은 소비국가에서 향을 첨가하는 것이 아닌, 생두가 되기 이전, 즉 산지에서 건조 이전에 커피에 다른 재료들을 '첨가'하는 커피들이다.



무산소 발효 + 패션후르츠 과육 첨가


이렇게 모든 가공이 마치기 이전에 발효 상태에서 다른 향미요소를 추가해 커피에는 없는 색다른 발효 미생물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이런 방식은 정확히는 가향이 아닌, 'infused' 커피로 구분 지어 불렀었고, 현재는 "실험적인/발효(Experimental/fermented)" 커피라고 불리고 있다.



Yeast fermentation
Koji fermentation


여담으로 최근에는 과육이나 과즙이 아닌 독특한 커피 발효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이스트를 첨가하기도 하고, 와인이 아닌 다른 전통주의 발효방식에서 착안해 누룩을 첨가하는 방식도 생겨나게 되었다.


물론 발효환경이 명확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기존의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향미들이 느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infused/experimental'커피들은 무산소 발효가 아닌 것인가?


이런 커피들을 통해서 강렬한 향미를 의도하려 한다면, 전통적인 유산소(aerobic) 방식에서 발효종을 첨가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보다 높은 강도의 향미를 위해서 주로 무산소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니 무산소 발효 하위 장르 중 하나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아닐 경우도 있으니 어떻게 가공방식을 통해 이런 향미가 나오게 되었는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왜 몇몇 커피 애호가들은 이렇게 infused 커피의 느낌이 난다고 해서 이 발효 커피를 싫어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명성'일 것이다. 


이게 커머셜급 생두인지, 뭘 첨가를 했는지, 알레르기 반응은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깔끔하게 가공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도, "무산소 커피라서 그래요"라는 말로 넘겨버리는 바리스타나 로스터리의 무책임한 발언에 의해 기존 소비자들은 그냥 '무산소=가향'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앞으로 나올 더 복잡한 가공방식까지도 그냥 '무산소'로 넘겨짚기 쉽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그냥 '워시드'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알고 보니 무산소 발효 가공을 거친 커피들도 등장하게 되면서 농장과 생두사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투명하지 않은 몇몇 농장과 생두업체, 그리고 공부하지 않는 최종공급자가 빚어내는 끊임없는 논란 때문에 더 반대하게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피자는 개인적으로 발효 커피의 발전은 '장르의 다양화'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찾아서 마시지는 않는 편이다.


최근 들어 몇몇 커피들을 요청에 의해서 마시고는 있지만, 여전히 과한 발효로 인해 대미지를 먹는 커피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하고, 괜찮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격이 기존 커피들에 비해 몇 배는 비싸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커피들이 분명 소비자들에게는 명확하게 과일향을 인식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이미 코어팬층도 생긴 상황이다.


결국 모든 산업은 소비자가 움직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COE와 같은 올해의 커피를 평가하는 대회에서도 카테고리를 따로 구분하고, 대회에서도 이런 커피의 사용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커피라는 것은 결국 한잔의 음료이다.




"가향이면 어때, 너만 맛있으면 됐지."




- EP 14.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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