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손놀림으로 몽땅이의 등어깨 가죽을 잡아 올려 바늘을 찌르고 수액을 주입하는 시범을 보인 후 수의사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보셨었다.
"정말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우려가 잔뜩 담긴 질문을 듣고 나니 내가 초보집사라 못 미더우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케어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보기엔 아직 염려스러울 수 있지 그래. 하지만 당연한 일인데 왜 못하겠어?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신뢰감 있는, 누가 봐도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러나 패기 넘치는 대답과 달리 첫 일주일은 그야말로 눈물범벅 피범벅이었다.
약 먹이기, 양치질하기, 발톱 깎기 등 몽땅이가 싫어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며 나름 어려운 일들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몸에 바늘을 찔러 넣는 일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주사를 놓는 일은 먹기 싫어하는 약을 억지로 먹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몽땅이가 움찔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가끔은 수액이 들어가는 동안 계속 끙끙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액이 들어가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았다. 주입하는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시간이 정말 천년만년처럼 느껴졌다. 몽땅이가 고통스러워하고, 또 내가 그 고통을 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디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도합 50ml의 수액을 주입한 후 보상으로는 자그마한 북어트릿 몇 개를 주었다.
몽땅이는 수액을 넣기 위해 몸을 붙들고 바늘을 찌르려는 집사들을 향해 발톱을 세우지도, 이빨을 들이밀지도 않았다. 그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나가고 싶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었다. 게다가 수액을 넣는 작업이 완료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게 간식을 먹곤 했으니, 아마도 피하수액 난이도 구분이 있다면 그중에 최하위에 들어가는 고양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 며칠간, 피하수액을 마친 후 혼자 발코니에 들어가서 엉엉 울었다. 어렵거나 힘들어서 등의 이유는 물론 아니었다. 가장 큰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더 잘 케어해 줬더라면 이런 순간이 더 늦게 오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 더 바늘을 잘 찔렀더라면 덜 아파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엉엉 울고 방으로 돌아가면 몽땅이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다. 어디 다녀왔냐는 듯 다리에 머리를 부벼댔다. 마음을 추스르고 소파에 앉으면 무릎 위에 폴짝 올라와서 수액으로 퉁퉁하게 차오른 어깨를 들썩이며 잠에 들기도 했다.
바보 몽땅이. 그 모습을 보면 오히려 더 미안해져서 몽땅이를 앞에 둔 채로 다시 울었다. 몽땅이가 생각할 때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몽땅이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미안해졌다.
나름 수액이 익숙해졌다 싶은 시점에도 종종 바늘을 잘못 찔러 피가 나기도 했고, 내 손을 찔러서 피가 철철 나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또 울었다. 피가 나도록 잘못 찔러서 미안했고, 내가 찔려도 피가 날 만큼 날카로운 바늘을 그 자그마한 몸에 찔러서 또 미안했다.
그래도 역시 모든 일은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조금씩 피하수액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는 날들 역시 줄어갔지만 여전히 나는 알 수 없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