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DALL-E가 그려준 것이다)
일본 대학에 근무할 때 한 지도 학생이 고민을 가지고 찾아왔다. 그 지도 학생은 미국 한 대학에서 온 교환 학생으로 일본 우리 대학에서 몇 개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 수업에서 만난 일본 여학생을 좋아해서 여러 번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아직 답을 못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번 주말에 만나서 같이 점심할까? 둘이서 할 얘기가 있는데….’ 하는 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일본 여학생의 답은:
‘참 좋은 데, 미안하게도 이번 주말은 좀 바빠서…
(일본어로는 아마도 いいな... あ~すみません. 今週はちょっと忙しくて …. 정도일 듯.)
다음 수업 때 또 물어보았더니,
‘아, 이번 주는 좀….( 일본어로는 今週はょっと… 정도일 듯.)
다음 수업 때 또 물어보아도, 만날 시간이 없다는 의미로 들리는 모호한 대답들을 들었다고 한다. 내 지도 학생은 거의 한 학기가 끝나갈 때까지 일본 여학생에게 이런 애매모호한 대답을 들어왔다. 그녀의 대답 중에 ‘싫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여러분이 이 남학생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고맥락 사회인 일본에서는 간접적 커뮤니케이션이 대세
일본은 고맥락 사회 (high-context society)의 대표적인 예이고, 미국은 저맥락 사회 (low-context society)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용어들은 홀 (Eduward Hall)이라는 인류학자가 쓰기 시작한 말인데, 고맥락 혹은 높은 맥락의 사회는 맥락을 중시하면서, 말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 몸짓, 제스처, 어조 변화, 그리고 주변 상황 등을 보아 가면서 같이 말하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 사회이다.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는 커뮤니케니션 방식이 일반적이다. 집단과의 조화 및 대인 관계를 중시하는 고맥락 문화에서는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쓴다. 따라서 고맥락 사회인 일본에서는 단도직입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일본 사람들 간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안다.
반면, 저맥락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서로 간에 명확하고 확실하게 말해야 의사소통이 잘 된다. 이는 서로 간에 주변 상황이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할 것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 친구들이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를 분명히 하며 돌려 말하지 않는 것은 저맥락 사회인 미국 사회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저맥락 사회에서 온 남학생이 고맥락 사회에서 자란 여학생의 간접적이고 대인 관계를 상하고 싶지 않은 대화 기법을 이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 여기서 한 나라의 문화를 고맥락 혹은 저맥락으로 나누는 것은 문화를 너무 단순화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그렇다면 일본과 같은 고맥락 사회 속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아니다. 직접적이면서도 솔직하게 의사소통하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여기서 일본 대학 구성원들의 생활 속에서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이야기해 본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소규모 회식에서
한국과 유사하게 일본 대학에서도 일 년에 몇 차례 공식적으로 모이고 회식할 기회가 있다. 학부 신입생 환영회, 대학원 신입생 환영 파티, 신임 교수 환영 파티, 송년회, 신년 모임 등에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혹은 교수들끼리만 식사 모임을 하면서 식을 거행하게 된다. 회식의 명칭이 대개 그 모임의 목적을 말해 주는 데, 예를 들어 학부 신입생 환영회는 학과에 입학한 신입 학부생들을 환영하는 회식 자리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회식은 대체로 대학 내 혹은 대학 근처의 넓고 맛있는 식당에서 이루어지는데, 먼저 간단하게 식을 진행하고 (학과장의 신입생 환영 인사, 교수 소개, 신입생 소개 등) 그 후 식사와 음료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야기하면서 네트워킹하는 형식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용은 대개 학과 운영비나 한 두 사람이 지불한다.
일본 대학에서는 전체 사람들이 모여서 공식적인 기념식과 다과회를 먼저 확실히 하고, 그 이후 원하는 사람만 모여 작은 규모의 식사를 하는 방식이 많다. 예를 들어 한 학과에서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고 치자. 이 환영회에는 대개 학과의 모든 교수와 대학원 신입생 및 재학생들이 참여하여 환영회를 정식으로 하고, 그 후 다과 등을 들면서 서로 인사하고 네트워킹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 때는 고맥락 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인 관계와 집단의 조화를 앞세우는, 간접적인 화법이 많이 사용된다.
이후 저녁 식사 같은 소위 2차가 이루어지는 경우 이는 사적인 모임이 된다. 대개 시간이 되는 참석자들 중심의, 처음 환영회보다는 규모가 작은 사적인 모임이 되는데, 이때에 보다 깊은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며, 평상시의 화법이 아닌 보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표현들이 사용된다. 물론 참석자들이 식사와 음료 비용을 나누어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있던 대학에서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2차 모임에서 술이 빠지질 않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개인마다 자기가 마실 음료 - 맥주, 오렌지 주스, 와인, 우롱차 등을 한 잔씩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개의 일본 대학들에서는 이런 소규모 모임들에서 술을 많이 마시면서 서로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고, 개인적으로 알아가게 되는 소위 ‘노뮤니케이션 문화’를 보게 된다. 일본 여행 시 저녁에 작은 술집의 문을 열면 아주 시끄러운 경우가 많은데 (낮에 본 조용하게 소곤거리는 식당과는 대비된다) 아마도 일본인들이 공식적인 일을 마치고 삼삼오오 사적으로 노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것이리라. 또 하나 노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장이 되는 곳은 전공별로 전국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이는 학술 대회 중의 사적인 회식 자리이다.
이자까야 회식은 중요한 노뮤니케이션의 장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학술 대회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학문적 교류가 일어나는 중요한 자리이다. 여기에 더하여 일본의 학술대회는 보다 솔직한 이야기와 사적인 정보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도 된다. 학술 대회 첫날에 하는 공식적인 회식 자리인 리셉션은 대개 학술 대회를 조직한 대학이나 위원회가 준비하는 모임으로, 대회 장소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하게 된다. 학술 대회에 따라서는 끝날 폐회식을 하고 나서도 파티를 하기도 하나, 대회가 끝날 무렵쯤에는 참석자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개 첫날의 리셉션이 공식적인 저녁 모임이 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학술 대회 조직 위원회가 대학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이 리셉션을 준비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파티를 위한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는다. 반면, 일본에는 학술 대회 참가비와는 별도로 리셉션에 참가할 사람들의 연회비를 별도로 받아 이 리셉션을 준비한다. 외부에서 후원을 받더라도 리셉션이나 파티를 위한 비용은 각 참가자가 내는 것이 관례인 것이다. 리셉션은 공식적인 회식 자리이기 때문에 먼저 주요 인사들의 소개 인사 등이 있고, 준비된 저녁과 함께 술을 한두 잔 하면서 서로 인사를 하는 자리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기도 하고, 오랫 만에 만난 선 후배 교수들이나 학회에 참가하는 학생들, 졸업생들 간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곳이 바로 이 리셉션 장소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양상을 보면 고맥락 사회에서의 대화라는 것이 금방 느껴진다.
더 흥미롭고 기다려지는 모임은 리셉션이 끝난 후 삼삼오오 가게 되는 사적인 회식이다. 여기서 바로 노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일본에 대하여 쓴 여러 책들에서 소개하고 있다시피, 노뮤니케이션은 노무 (飲む 마시다)와 커뮤니케이션 (소통하다)의 합성어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의사소통을 한다는 의미로, 술자리에서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본 문화를 대변하는 용어이다. 학술 대회의 공식적인 리셉션 후에 소그룹으로 여기저기 이자까야 (居酒屋 술과 함께 다양한 안주 거리를 파는 일본식 주점)에서 갖게 되는 사적인 회식자리에서 바로 노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나의 경험상, 솔직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이자까야 회식은,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공식화된 일본 사회에서는 일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 가까와질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적인 회식 자리는 대개 나이가 지긋한 지도 교수를 중심으로 하여, 그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 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에 근무하는 젊은 교수들과 현재 지도 학생으로 학술 대회에 참가한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이 함께 가게 된다. 나는 지도 학생들이 많고 유명한 오사카 대학의 한 교수를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이자까야에 몇 번 초대를 받아서 참석하곤 하였다. 몇 십 명의 참가자들이 있는 경우는 여기저기 소그룹의 테이블 별로 이야기 꽃이 피곤하였다. 규모가 작은 그룹의 사적인 회식자리도 있는 데, 예를 들어 공동 연구를 같이 하고 있지만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교수 몇 명이 연구조교인 대학원생과 이자까야에서 술을 마시면서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개인적 이야기도 하게 된다.
사적인 회식은 먼저 마시는 것의 주문으로 시작한다. 이때 많은 참가자들이 とりあえず、生で(우선, 생맥주), 혹은 とりあえず, ビール (우선, 맥주)라고 말하면서 맥주를 주문한다. 술을 안 마시거나 못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고 많은 일본인들은 술이 있는 회식에서는 우선 맥주, 그것도 생맥주를 먼저 주문하는 이자까야 문화가 있다. 처음 라운드의 맥주 주문과 함께 여러 접시의 안주를 시키고 술 마시는 사이사이 안주 주문은 계속된다. 처음 주문한 맥주가 오면 모두 시원한 맥주를 들고 누군가가 학회의 성공과 그룹의 성공을 빌며 건배 (乾杯 칸빠이)를 외치면 모두 칸빠이를 크게 재창하고 맥주를 들이켠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쭉—하고 한 잔을 다 마시는 사람은 드물다. 조금씩 조금씩 본인의 속도대로 마시다가 옆사람이나 본인이 잔을 채워가면서 더 마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잔씩 시키기 때문에 잔이 비면 같은 맥주를 한 잔 더 시키기도 하고 맥주가 아닌 다른 술을 시키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술 권하는 자리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술에 취해가면서 옆에 앉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어떤 과목들을 가르치고, 어려움은 무엇이며, 어느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였는지, 다음 예정은 무엇인지, 현재 어려움은 뭔지, 누구랑 친구이고, 어디서 학위를 받았는지, 애들은 있는지 등 다양한 개인적 정보를 서로 알게 된다. 일본 교수들 간에 가장 터 놓고 이야기하는 곳이 바로 노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학회 중의 이자까야 회식 모임이라고 생각되기까지 한다.
이렇게 맥주로 처음 건배를 하고, 사이사이 술과 안주를 마시고 먹으면서 이야기가 활발해진다. 보통 어디에서나 조용하던 일본인들이 이 사적인 회식 자리에서는 옆 테이블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먹고 얘기하고 마시는 것을 보면 회식에서 노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 문화로 자리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술을 한 잔만 마신 사람이나 우롱차만 마신 사람이나 여러 잔을 마신 사람이나 모두 다 시끄럽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자면 노뮤니케이션이 술의 힘이라기보다는 이자까야라는 주점의 분위기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들 몇몇이 우아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프랑스 요리를 먹는다면 이렇게 활발한 노뮤니케이션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자까야의 회식에서는 그야말로 일본의 정치와 경제, 학회의 현재와 미래 등의 심각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결혼 이야기와 남의 험담까지 … 안 나오는 주제가 없고, 직접적 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좋은 정보도 얻고 많은 이야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네트워킹도 하고 나면,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학술 대회를 위한 준비 태세가 된 듯하다. 놀랍게도 다음 날이 되면 언제 이자까야에서 떠들었냐는 듯이 다시 조용하게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으로 들어간다.
개인별 지불 문화가 소규모 모임과 노뮤니케이션을 활성화
여러 명이 같이 음식점에 갔을 때 어떻게 청구서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이 초대를 하여 갔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음식점에서 청구서를 나누는 가장 예의 바르고도 적정한 방법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먹고 마신 것만 계산하여 내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친구들은 한 테이블의 청구서를 사람 수대로 균등하게 나누어 내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뭘 그런 것을 나누어내야 하냐며 이번에는 자기가 살 테니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사라고 하기도 한다. 가끔 식사대를 지불하는 것을 두고 작은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대별로 지역별로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식사대를 누가 내는지에 대한 것은 대개 한 나라의 문화 예절로 보인다.
일본 사회에서 식사대 지불에 관한 문화 예절은 음식점에서 청구서를 나누어 내는 것이다. 이를 와리깡 (割り勘 셈을 나누는 것)이라고 흔히 말한다. 각자 먹고 마신 것에 대해 개별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하나의 청구서에 나온 금액을 사람 수대로 균등하게 분할하여 지불하는 것이 일본의 전반적인 관례라고 한다. 하지만 술을 여러 잔 마시거나 특별한 요리를 먹은 사람이 있고, 서로 주문한 음식 가격대에 차이가 있을 경우 식사를 주문하면서 셈을 따로따로 할 것이니 청구서를 분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단체 회식에서도 참가자들이 자신의 분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대개 식사에 초대를 한 사람이 지불을 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 회식의 경우에는 대개 그 단체가 비용을 지불하거나 후원을 받고 개인 참가자가 지불하는 경우는 드물다. 친구들끼리 가도 한 친구가 이번에 내고, 다음에는 다른 친구가 내고하는 방식이 많고, 식사대를 분할하거나 개별 청구서를 받아 자기가 먹은 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요즈음은 한국의 다양한 집단 (예를 들어 직장인, 가정주부, 은퇴자 등)에서 균등하게 식사대를 분할하거나 개별적으로 자신이 먹은 것은 자신이 지불하는 방식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발달한 디지털 페이 시스템으로 음식점에서 각자 지불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거나, 음식점에서는 한 사람이 지불하고 개인별로 얼마씩 그 사람의 계좌로 보내라고 하면 모바일 폰으로 쉽게 이체할 수 있어서기도 하다.
일본 대학의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사적인 모임에서 각자 자신의 청구서를 받아서 지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주문 전에 미리 개인별로 청구서를 달라고 요청한다. 송년 파티 등 숫자가 많은 단체의 경우에는 와리깡, 즉 균등하게 식사값을 분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에 따라서는 술값은 어떤 한 사람이 지불하겠다고 하면 그 나머지 비용을 분할해서 내게 된다. 이러한 개인별 지불 형태는 소규모의 회식 자리를 부담 없이 자주 갖게 하여 네트워킹을 활성화하는 요인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서로 교류가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나는 날에 몇몇 동료들과 레스토랑에 자주 간다. 한 개인이 초대를 하여 비싼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식사 비용은 개별적으로 자기가 먹은 분만 내게 되니 서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초대하고 초대에 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합리적이고 부담이 없어서 생각보다 더 자주 모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임들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서로 깊은 이야기까지, 보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화법을 쓰면서 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초대한 사람이나 연장자가 모든 식사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라면 그렇게 자유롭게 초대하고 초대받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이는 회식의 경우에도 나눠내기 관례는 적용되어 식사비를 참석자 전원이 나누어 낸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먼저 대접하겠다고 한 경우가 아니면 교수들이 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일본에서 한 교수가 지도 학생들 여러 명과 회식을 하는 경우도 개인적으로 다 초대해서 식사비를 내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식사비를 나누어 내는 데, 이때 교수가 조금 더 많이 부담하고 학생들이 그 나머지를 나누어 내게 된다면 교수는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듣게 된다.
서로 대접하고 대접받는 문화에서 보면 왠지 삭막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일본의 개인적인 나누기 지불 문화는 오히려 더 많은 모임과 네크워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폐쇄적이고 쉽사리 친해지기 어렵다는 일본 사회에서 이 소규모의 식사 모임들은 노뮤니케이션을 통한 개인들 간의 의사소통과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하는 자리이고, 개인적인 지불 문화가 이 자리를 보다 빈번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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