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 요약 뒤에 한글 전문이 있습니다.
As I have shared in previous stories, Geoje is full of beauty — scenic coastlines where sky meets sea, wildflowers blooming between rocks, colorful markets and alleyways, and fresh seasonal foods. These are the sights that draw people here. But once you start living in Geoje, you realize it’s not just the landscape that defines this place — it is the people. When I look back someday, what I will remember most are the neighbors: those who quietly shared their warmth, who made daily life feel gentle and connected. Thanks to them, Geoje has become more than just a pretty island. It’s a place worth staying.
After three years here, I have come to notice certain traits among the locals. These impressions come from everyday encounters — with neighbors in my apartment complex, shopkeepers at the market, restaurant owners, hairdressers, clinic staff, or fellow walkers on the mountain paths. They don’t represent all of Geoje, just the slice of it I’ve experienced.
Here are seven things I have observed about people in Geoje: 1) They offer warmth in quiet, thoughtful ways. 2) They will go out of their way for a good meal — freshness is everything. 3) They are familiar with outsiders and naturally welcoming. 4) Their children are polite, active, and well cared for. 5) Even a 10-minute drive can feel like a long trip for them. 6) Pets are treated as family, not just animals. 7) Rather than aging naturally, many here make an effort to stay youthful and healthy through active self-care. Some of these habits differ from what I have known in cities; others feel universal. But together, they reflect a way of life that is warm, unhurried, and quietly devoted to quality.
지금까지의 거제 이야기에서 썼듯이, 거제에는 참 볼거리도 많고 아름다운 곳도 많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선과 전망대, 바위 사이로 피어나는 봄꽃들, 다채로운 색의 시장과 골목길, 싱싱한 제철 먹거리들. 사람들이 거제를 찾는 이유도 바로 그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진짜 거제를 만든 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중에 거제를 떠올릴 때도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이웃들일 것이다. 조용히 정을 건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 덕분에 거제는 내게 그저 예쁜 섬이 아니라, '살 만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거제에 산 지 3년. 이 글에 담은 내용은 그동안 내가 만난 거제 사람들에 대한 7가지 소박한 관찰과 느낌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이웃들, 자주 가는 시장과 식당, 병원, 미용실, 네일숍, 그리고 등산로나 산책길에서 스쳐간 사람들과의 경험에 바탕을 두었다. 그러니 거제 전체를 대표한다기보다는, 내가 만난 풍경의 기록으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 오늘의 이야기를 끝으로 거제 이야기 시리즈를 끝내고자 합니다. 마지막 글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도시에서는 몇 년을 함께 살아도 서로 모르고 지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거제, 특히 우리 아파트에서는 말없이 지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인사는 기본이고, 현관 앞에 살구 몇 알이나 수박 반쪽, 직접 만든 나물 무침이 놓여 있는 일도 드물지 않다. "조금 많이 만들어서요." 라며 쑥스레 전하는 그 마음에 정이 담겨 있다.
그런 정을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마음을 나누게 된다. 영어를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초대해 간식을 나누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행사도 하고 있다. 그러면 그 아이들의 부모는 친척이 잡은 생선을 손질해서 주시거나, 직접 만든 과자, 꽃, 케이크를 손에 들려 보내기도 한다.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땐, 이웃이 일주일 내내 국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고, 다른 분들은 대구탕 등 별미를 가져다주었다. 그 따뜻한 손길 덕분에 몸도 마음도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도시의 미식가들이 줄을 서고 예약 경쟁을 하듯, 거제 사람들도 맛있는 것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다만 이들은 신상이나 유행보다는 '제철'에 더 민감하다. "그 집 멸치 쌈밥이 끝내준다더라"는 소문에 차 타고 서너 동네를 넘나드는 건 기본. 입맛의 계절력을 몸으로 체득한 듯하다.
나 역시 어느새 이 흐름에 익숙해졌다. "갈치조림은 어디가 맛있나요?" "가성비 좋은 횟집 아세요?" "맛있는 한우는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질문하면 꼭 좋은 답을 듣게 된다. 도시든 섬이든 맛에 진심인 건 같지만, 거제는 '찾아감'으로 그 진심을 표현한다.
조선업과 해운업으로 오래전부터 다양한 지역과 국적의 사람들이 거제를 드나들었다. 그래서인지 낯선 얼굴에도 익숙하고, 외국어에도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누구세요?" 대신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문화다. 경계보다 호기심과 환대가 먼저 느껴진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은퇴 부부, 맞벌이 젊은 부부, 중년 직장인, 해외에서 귀국한 가족, 아이를 돌보러 온 조부모, 혼자 사는 싱글들까지. 산책하다 마주치면 인사는 기본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구가 되고, 가까운 이웃이 되기도 한다.
거제, 특히 우리 단지 아이들은 인사를 잘한다. 서울에서는 드물게 느꼈던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인사를 세 살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자연스럽게 한다. 배꼽 인사를 꼬박꼬박 하던 아이도 있었다.
관찰해 보면 부모들이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아이에게도 인사를 시킨다. 예절 교육이 생활에 녹아 있다. 방과 후 활동도 눈에 띈다. 학원 차량들이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지만, 선행학습보다는 축구, 수영, 태권도 등 몸을 쓰는 활동이 많다. 어떤 아이는 폴댄스를 취미로 한다기에 놀란 적도 있다. 예절과 신체 활동, 두 축을 균형 있게 키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울이나 도쿄에서는 차로 10분 거리면 "가깝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거제에선 "그건 좀 머네요"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일상생활 반경이 자연스럽게 1~2km 안에 형성된다.
산 중턱의 이 아파트로 이사 왔다고 하면, 거제 분들은 종종 "왜 거기로 갔어요?"라고 묻는다. 도심에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그들에겐 먼 곳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가까운 데서 익숙한 걸 찾는 삶.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맛있는 집은 멀어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반전도 있다.
서울에서도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 중이지만, 거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가족처럼 대하는 분위기다. 강아지와 등산하고, 바닷길을 걷고, 애견 동반 카페나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 속도에 맞추어 걷고 쉬고 한다.
산책길에서 다른 집 강아지에게 말을 거는 어르신, 간식을 주려고 늘 챙겨 다니는 이웃들도 있다. 나 역시 도시에서 반려견을 키워본 경험이 있지만, 거제처럼 이웃들과 허물없이 교류한 적은 드물었다. 반려동물에게 보이는 다정함이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자연 속에 사는 거제 사람들은 늙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미용 피부과가 밀집해 있고, 보톡스와 리프팅, 기미, 잡티 등 외모 관리를 받는 분들이 많다. 내가 코비드 후유증으로 피부 가려움증에 걸려보니, 거제에 실제로 피부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은 거의 찾기 힘들 정도이고 피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대다수였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다. 헬스장도 많아지고 있고, 시 차원에서 걷기 좋은 황톳길 등도 여기 저기 조성되어 있다. 서울이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관리된 노년'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거제에서도 활발하다.
거제의 삶에는 다정함의 여유, 그리고 질을 추구하는 여유가 있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귀하게 여길 줄 알고, 반려동물에게도 따뜻하다. 내게 거제의 진짜 매력은, 결국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배우게 해 준다는 점이다.
# 오늘의 이야기를 끝으로 거제 이야기 시리즈를 끝내고자 합니다. 마지막 글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쓰면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