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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어느 저녁

by 하얀 Jul 11. 2024

옆에서  딸아이가 발을 동동 구른다.

"엄마!! 먹고 튀기만 해!"

짜증과 반쯤  화가 섞인 채로  투덜거렸다.

"낚시가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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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에  미끼들을 끼며  구시렁거리는  체리를 달랬다. 낚시는 정말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건지.  아이들에게  참을성을 길러주기엔  더없이 좋은 것 같다.

아이들 한번 보고  지는 해 한번 보고.

해가 지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낚시하는 아이들 옆에서  혼자 두리번거려본다.

옆에  할아버지께서  찰리체리가  신기한 듯  웃으셨다.  잘 잡는 방법이라도 알려주시려고  보시나 싶었는데  그저 웃기만 하셨다.  아이들  하는 모습이  꽤나  재미있으셨는지  주름 하나하나가  더 깊게  패이는 것 같다.


이번에는 여행 온듯한 젊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찰리체리가 미끼 만지는 모습에 반쯤은 놀래고 반쯤은 징그러워했다.

나도 징그러워서 만지지는 못하니  모 그런 표정쯤은 상관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해가 넘어가는 것이  더 눈에 들어왔다. 지금  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찰리체리와 함께  넘어가는 해를 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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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 보이는  해와는 상관없이  세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는 해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 신선이 따로 없는데.  혼자서  얼굴 탈까 싶어 모자까지 쓰고  눈으로만 아이들을 보고 있다.

그러다 웃음이 나왔다.

뉴스에는  이상기온과   영화에나 나올듯한 폭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는데  양양의 7월 저녁은  이렇게  평화롭다.

해가 지면서  평화도 함께 저물어가는 것 같다. 날이 어둑해지기 전에  나와야 한다며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래봐야 결국 아이들이 할 만큼  하고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밤이 가까울수록 물소리가 커져갔다.

7월의  또 다른 어느 날 밤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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