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신과 첫 방문기
정신과 방문 첫날, 아이 등원 후 나는 부랴부랴 시간 체크 하기 바빴다.
내비게이션으로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 시간을 체크하고 주차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내가 집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을 계속 체크했다.
(p.63 의외로 성인 adhd 중에서는 강박주의자, 완벽주의자를 만나기도 한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검증과 챙김을 하고 시간을 과도하게 쓰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를 가져온다. [출처] 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_ 반건호지음
판정 후 글을 쓰기 시작하고 관련 책들을 틈틈이 읽어보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 첫 번째 _이거 완전히 내 이야기다.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하는 곳이면 늦으면 약속시간 5-10분 전에는 도착하려고 머릿속으로 시간계산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번 공항에 비행기 타러 갈 때도 신랑혼자 갈경우에는 어떻게든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며 촉박하게 가는 반면 나는 30분 넉넉하게 도착해야지 하다가 1시간 전에 미리 가는 스타일이다.)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긴장이 되고 가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정신과? 좁은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 나를 보면 어쩌지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뒤를 쳐다보게 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심박수가 치솟는 기분을 느꼈다.
‘철썩-’
그렇다고 안 갈 거야? 계속 너 이러고 살 거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갔다 와서 후회하자!
안 가서 또 후회하느니 갔다 와서 후회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나 스스로의 고민은 이제 필요 없는 것이 되었다. 나는 가야 했다. 답을 찾고 싶었다.
스스로 답을 못 찾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기대고 싶었다.
내가 방문한 병원은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
깔끔한 화이트톤 벽, 우드계열 소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잔잔한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정신과가 이렇게 세련됐어? ‘
너무 무겁고 암울하게 생각하던 정신과가 아닌 사진 한 장 찍으면 인생샷 나올 분위기의 카페, 편집샵 느낌의 병원을 보고는 조금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차례,
똑똑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몇 걸음 걸으면 앉을 수 있는 의자로 걸어가며
앉기 전까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말을 할지 계속 나열하고 있었는데 …
역시나 나는 울먹거리며 수백 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의 절반은 했나?
속으로 망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선생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았다.
전문가는 전문가시구나…
‘p.57 그동안 지내면서 있었던 일을 몽땅 말하고 싶은데 머릿속 생각들이 순서대로 줄을 서지 않는다. 진료실 문을 열 때부터 이미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생각들이 엉키면서 몸도 엉키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 반건호지음
이 글을 쓰고 11월 14일 도서관에서 adhd관련 책을 빌려 읽다가 놀라운 페이지를 발견했다. 책을 읽는데... 진료 첫날 내 모습이 책위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제가 생각하는 두려움, 걱정들을 친한 언니에게 이야기했는데, 친한 언니가 그러는 거예요… 자기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혹여나 해도 스쳐 지나간다고요…
그때부터 제가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해도 제가 adhd 같은데… 검사를 받아 볼 수 있을까요? “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우선 간단한 검사부터 해보자고 하셨다.
내가 했던 검사는
1. 스트레스 검사
2. 전자 설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선생님은 내가 예민한 사람이며 불안감이 큰 사람이라고 하셨다.
우울감, 무기력함도 높기 때문에 이 증상이 adhd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고 우울증 , 불안증세때문에 adhd 증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울, 불안이 심하면_adhd증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도 많이 쓰고 결정도 잘 못 내리고 항상 긴장하다 보니 두통도 생길 것이고…. 라며 말씀을 해주시는데…
나는 흘리는 눈물을 훔칠 새도 없이.
맞아요 선생님 흑흑 흐느꼈다. (순간.. 점집에 온 줄… )
(어릴 때부터 두통약을 엄청 먹었다.)
불안과 공포는 정상적인 정서 반응이지만 정상 범위를 넘어서며 정신적 고통과 신체 증상을 느끼게 된다.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을 쉽게 과도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느끼면 교감 신경이 항진되어 두통, 두근거림, 맥박 수 증가, 소화기 이상 같은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가정, 직장, 학교등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도 어려워진다. [출처] 불안 우울 강박 스스로 벗어나기 (지윤채글, 석인수감수)
바로 adhd검사보다는 우선 우울증 , 불안장애처방약을 먹어보며
지켜보자고 하셨다.‘아 바로 검사받는 게 아니었어? … 내가 봐도 나는 adhd인데? 선생님 그냥 검사해 주세요 제발이요! ' 이소리가 목천장까지 올라왔다가 소심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네…”라는 대답밖에 못하고 나왔다.
그렇게 나의 첫날은 긴장과 두려움, 허망함으로 채워졌다.
밖으로 나오니 내 손에는 약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렇게 쉬운 거 왜 그동안 망설였나 싶었다. 약봉투에는 000 의원이 라거 되어 있었다. 왜 정신과가 빠져있지? 아마도 환자들의 대한 배려일 것이라 짐작됐다. 순간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과는 내가 바랬던 결과가 아니었지만 _언제부터 내 인생이 내가 생각한 데로 흘러갔다고 ,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가벼워졌다. 나에게 새로운 시작인 시작된 걸 느꼈다.
다음 진료는 일주일 뒤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동안 나의 사건 사고들을 기록했다.(몇 번 이따 써야지 하다가 이 또한 까먹기 시작해서 실수가 생기면 바로 오탈자 신경 안 쓰고 써내기 시작했다. 메모를 안 하니 내가 실수했던 것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기억하려고 하니 무슨 실수를 했는지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불안장애는 짐작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돌아보며 나는 무기력하고 게을렀던 내가 , adhd라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니 괜찮다고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너의 뇌가 아픈 거라고 핑곗거리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낼 동안 그냥 지나 쳤던 일상들을
메모지에 하나둘.. 쓰다 보니
세상에!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정신과 방문 첫날 나는 새로운 기분을 득템 할 줄 알았지만… 아이쇼핑만 하고 온 느낌이었다.
그래도 묵혀둔 그래서 … 한참 엉켜있던 감정의 실타래들이 풀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전자설문? 문항에 나는 죽고 싶거나 내 몸을 자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른 문항들에는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였는데
이 문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에 체크했다.
나는 전혀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눈앞에 딸이 그려졌다.
나는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다시 살고 싶어 정신과를 갔다.
p.s 혹시 이 글을 보고 있을 정신과 방문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 나 또한 갈지 안 갈지 1년 넘게 미루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adhd 성향 때문에 미루었던 것도 있을 수 있지만 , 정신과? 단어에 나 스스로도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조금이라도 마음의 힘듦을 견디기 힘든 적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건강검진받는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다. 건강하다면 더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고 조금 아프다면 치료하면 되닌깐!
정신과 치료를 받는 목적은 내면에서 약점이나 악함을 없애기 위함이 아닙니다. 어둠없이 빛만 가질수 없습니다. 완전무결해지기 위해 치료받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안의 그림자를 발견해 의식화함으로써 그것이 품고 있는 에너지를 삶의 원동력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p63-64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김병수 지음)
진료받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번 놀람, 그들의 사연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adhd가 의심이 된다면 예약하고 병원 가기 전까지 메모장에 나와 같은 실수? 증상들을. 적어간다면 초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약처방을 받기 시작하면 추후 보험 가입 시 까다로워질 수 있으니 보험점검을 필수록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