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다 Feb 23. 2024

뚱뚱하면 자기 관리 안 하는 건가요?

내몸의 주인은 나다.

한 달 전에 들은 말이다. 엄마네 집에 갔는데, 마침 삼촌이 오랜만에 놀러 왔었다. 거의 2년 만에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웃으면서 얼굴이 꽤 보기 좋다고 하셨다. 순간, 나는 직감했다.

'아, 살쪘다는 소리구나'

일단 가만히 있었다. 삼촌의 2차 공격이 시작되었다.

'너는, 자기 관리 안 하니?'

아, 나는 살이 쪘다는 이유로 자기 관리도 안 하는 사람이 된 거구나,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바쁘게 사는 사람이다.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서 아프신 시어머니 아침상을 차려 드린다.

그렇다. 나는 시어머니와 사는 사람이다. 요즘 시어머니랑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것도 아프신 시어머니다. 물론 우리 어머니가 나의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시긴 하다. 감사한 일이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새벽시간부터 집안일을 하고 씻고, 아침 7시면 경기도 양평에서 서울 강동구로 출근을 해야 되어 집을 나선다.


아들을 강동구 학교에 내려주고, 교습소에 가서 아이들 수업준비를 하고, 수업을 2시에서 7시까지 마치면 다시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으로 온다. 그리고 저녁을 바로 준비하고,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으면 밤 9시다.


그럼 책도 읽고, 블로그도 쓰고, 인스타그램 피드도 올리고 , 강의도 들으면 밤 12시다. 너무 피곤한 날은 소파에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잠을 많이 자야 5시간이다. 이런 내가 운동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아들을 등교시키고 가을에는 올림픽수영장에서 수영도 한 시간 하였는데, 돌아오는 퇴근길 운전이 졸음으로 가득 차게 되어 겨울에는 안 하고 있다. 물론 나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날씬한 체중을 위하여 밀가루를 포함한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은 적도 있었고,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트는 다 해보았다.


15kg을 뺀 적 도 있고 다시 살이 쪄서 , 뺏다가 다시 살이 돌아오고 무한 반복의 삶을 살았다.

내 살이다. 찌는 것도 , 빼는 것도 내 마음이라는 말이다.

뚱뚱하다고 해서 자기 관리를 안 한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살관리는 실패했을지라도 나는 누구보다 내 삶을 아주 관리 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다.


나도 남들 눈에 이뻐 보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날씬하고 이뻐야 어디를 가든 좋은 소리를 듣고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라면과 떡볶이를 아주 좋아한다. 남들이 말하는 건강에 안 좋은 음식들을 특히 좋아한다.


피자에 치킨까지 나의 소울푸드다. 체지방이 너무 많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하여 다시 건강하게 살을 조금 빼볼까도 싶지만, 요즘처럼 먹고 싶은 거 다 먹는 이 즐거움이 포기가 안 되긴 하다.


어느 모임이나 어느 자리에 가든 그동안 나는 살이 어릴 때보다 많이 쪘다는 이유로 막말을 많이 들어 사촌들 보기가 싫다. 내 살 찌우는데 보태준 적도 없으면서 어찌나 막말들을 해대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막말을 들으니 뚱뚱하고 살찐 나는 죄인이 되어 가는 기분에 움츠려 있기도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 자체를 사랑하고 당당해지기로.


그래서 나는 나를 지켜주고 같이 싸워야 했기에, 막말을 퍼부은 삼촌에게 나도 지지 않고 아니 조금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내 살 내가 찌운다고, 내 맘이라고 말했다. 사실 화가 나서 더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반박을 못한 게 한스럽다. 다시는 삼촌을 안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다음 날 삼촌이 미안했다는 카톡이 왔다.

괜찮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알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살이 있다고 자기 관리 안 하는 거 아닙니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각 각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브런치 맛있게 하는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긍정의 힘으로 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