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병원에 왔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그리 길게 산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크게 아프지 않았다. 병원에 가더라도 가벼운 감기나, 복통, 심하면 장염과 같은 병으로 병원에 갔고 갔다 와서 2~3일만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았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경우도 엄청나게 드물고 쓰러질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라 내 발로 걸어서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어젯밤 마라탕을 먹었다. 짜게 먹어서 인지 목이 말라 아주 시원한 콜라를 함께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새벽에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새벽에 있었던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배가 비워져서 인지 배가 고팠다. 평소처럼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배가 또 아파왔다.
그렇게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닌데 병원에 혼자 가면 뭔가 우울해진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랄까. 병원으로 향하는 짧은 길목에서 아픈 나를 간병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차피 인생은 혼자구나 하며 혼자 사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은 원래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새로운 병원으로 향했다. 조금 긴장이 됐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주치의가 궁전에 상주하고 있어 조금만 아파도 바로 내 방으로 와서 나의 상태를 봐주었다. 주치의는 항상 친절하고 나에게 잘 대해주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도 꼭 내 상태를 알렸다. 한국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조금 달랐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간 날, 나는 인생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께 혼이 났다. 옷을 얇게 입었다는 이유로. 왜 혼이 나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뭔가 죄책감을 느꼈다.(그날 이후로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갈 때에는 누구보다 옷을 두껍게 입고 간다.) 병원에 다녀와서 아빠에게 전화가 왔을 때 한국은 날씨가 추운데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냐는 아빠의 질문에 거짓말을 했다.(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것 같기도 하다.)
병원 입구에 들어섰다. 운이 좋게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접수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곧 내 이름을 불렀다. 자리에 앉은 나는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뒤, 내 상태를 설명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자기 전에 뭐 드신 거 있어요?”
“아, 조금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어요. “
“혹시 마라탕 먹었어요?”
오늘도 혼날 것 같다.
“아, 네.”
정적이 흐른다.
“그래요. 장염인 것 같으니 약 처방해 줄 테니까 먹고 커피랑 유제품은 절대 먹지 마세요. “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여기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