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명절 증후군이 있다. 명절 연휴 때가 되면 갑자기 발현하는 일종의 심리적 상태로 대표적인 증상은 아래 3가지와 같다.
증상 1. 명절 연휴 때 쉬는 것에 마음의 부담을 느낀다.
증상 2. 우울감이 찾아온다.
증상 3. 괜히 불안하다.
이번에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자 3가지 증상이 나를 찾아왔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던 중이었다. 샘솟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회 한 회 어떤 내용을 담을지 구상하였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수월했고, 두 번째 에피소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에피소드부터 막혔다. 겨우 세 번째에서부터 막히다니... 실망감이 들면서 유튜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 이 두 가지의 충돌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모든 성공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얼마큼 먹어야 배부를 수 있는 것인가? 옛 선조들도 그것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될 때까지 해봐야 아는 것이다.
나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다. 믿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안했다. 혹시 내가 허황된 꿈을 좇고 있을까 봐. 나는 성공한 유튜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착각이라면 어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유튜브를 계속해야 하나? 이런 회의감도 들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친척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외주로 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고모부께서 나에게 "실력만 있으면 유튜브로 성공해서 웬만한 직장인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직업으로서 유튜버를 추천하셨다. 고모부는 내가 유튜브를 하는 걸 모르신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나왔다. 나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확신'을 떠 먹여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촌 오빠도 나에게 "너는 자기표현을 해야 하는 사람이야."라는 말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에 잠겼다.
"이게 바로 인생이 흘러가는 방식인가?"
유튜브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누군가로부터 유튜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다가도 이런 일을 겪으면 순리를 생각하게 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길에 대한 확신으로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권유, 취미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럽게 그 길로 가게 된 사람도 많다.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까? 지금이 그 순리의 순간이 아닐까?
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건 그만큼 이 일에 진심이라는 증거다. 예전에 파이썬을 공부할 때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걸 구현하기 위해 코드를 짰지만 계속해서 오류가 났다. 그때는 쉽게 포기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실한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잘하고 싶고 결과를 만들고 싶다. 벌써 포기하기에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어제 친구 D가 내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하루하루 높은 목표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나는 네가 큰 꿈을 갖고 있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해. 너는 자꾸 그 목표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대로 놔둬. 대신 매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야. 우리가 하루 안에 이룰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잖아. 그러니 지금처럼 꿈은 크게 꾸되, 매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는 거야. 그게 먼 미래를 봤을 때 더 현실적인 방법 아닐까?"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타인의 지혜와 나의 부족함에 놀랐다. 첫 술에 배부르고 싶다는 욕심에 한 술을 너무 과하게 푸고 있었다. 그러니 한 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꽤 의미 있는 증상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 얼마큼 먹어야 배부를 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