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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May 07. 2024

취준을 멈춰도 깨달음은 온다

그거면 됐지

안녕하세요 해림입니다

한여름이 생각나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주는 선선한 날이 계속되고 있네요. 늘 그렇듯 지난주의 취업 근황을 전해드리고 싶지만, 저번 주엔 별 다른 소식이 없었습니다. 사실 취업 준비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주를 보냈답니다특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파견직으로 일하고 왔습니다. 알바를 그만 둘 당시, 4월에 취준을 시작해 한 달 안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삶은 계획과 다르고, 살기 위해선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고. 그러한 이유로 오랜만에 '을'로서 일하고 왔습니다. 


보완상 구체적인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오전 10시에 출근해 저녁 7시 30분에 퇴근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일 자체는 단순했지만 야외에서 서서 하는 일이었기에 육체적인 피로감이 컸습니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은 28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순간순간  '정말 죽겠다...'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전우애(?)와 우연한 도움으로 무사히 삼일 근무를 마쳤습니다. 특히 우연한 도움을 통해 깨닫게 된 인생의 지혜가 있는데요, 오늘은 그걸 한 번 나눠보려고 합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꾸 눈이 마주쳐 내적 친분이 생겨 버린 사람. 분명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데 정식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기에 인사하기 애매한 상황.. 저는 삼일 내내 동일한 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내적 친분이 생겨 버린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른을 보면 인사해야 한다는 효 문화를 접한 터라 어르신이 지나가실 때마다 모른 채 하려니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이 시야에 보이면 괜히 딴 곳을 보는 척했습니다. 어르신도 오실 때마다 괜히 바닥을 혹은 먼 허공을 쳐다보시더라고요. 그러나 몇 번 더 마주친 후에는 어차피 아는 사이는 아니어도 계속해서 마주칠 사이인데 안면을 트면 마음은 편하겠지 하면서 먼저 인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시며 인사를 받으시더라고요. 당연히 누군지도 모르는 젊은이가 인사하는데 놀라실 법합니다. 그렇게 그 어르신과 안면을 정식으로 트고 당당하게 인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와 어르신은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닙니다. 어르신은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 소속이셨습니다. (조금 높은 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안면을 튼 후 제가 인사하자 갑자기 가던 길을 돌아 제게 간식을 주시고, 몹시 더웠던 날에 열을 식히라며 얼음물을 쥐어주셨습니다. 그 얼음물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아 물을 손에 쥐자마자 뜨거워진 체온이 내려가며 살 것 같았습니다. (물을 갈망하는 식물이 이런 기분일 테니 앞으로 꼭 물을 제때 주어야겠습니다.) 사실 제가 한 것은 먼저 인사한 것뿐이지만 그 인사는 제게 순간순간 가장 필요한 것을 주었고, 그로부터 특별한 유대감도 느꼈습니다. 



요즘 사회는 서로에게 꽤나 무관심한 듯합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주변 이웃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회학도로서 개인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사회 자본(신뢰)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잠을 잘 자고, 불안을 덜 느끼려면 사회 구성원에 대한 신뢰 정도가 높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서로에게 신뢰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서로를 스쳐 지나던 사이에서 잠시 멈춰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된다면 두 사람의 신뢰도는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겁니다. 물론 아무한테나 인사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애매한 사이의 사람에게 조금의 용기를 먼저 낸다면 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저 역시 더 애매해지기 전에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저와 애매한 사이셨던 분들 댓글 달아주시면 환하게 인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주는 별 다른 취준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인생에서 필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걸 자양분 삼아 또 살아가고. 역시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싶어요. 그럼 여러 분과 신뢰 넘치는 사이가 되길 바라며,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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