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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May 14. 2024

여전히 존경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지난주, 갑자기 동생이 제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무슨 인터뷰인지 물으니 '존경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라고 하더군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우선 뿌듯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생의 존경하는 인물이 되어 있다니.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오히려 나와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존경하는 건 그럴듯한 일인데, 지겹도록 매일 보는 사람을 존경하는 인물로 뽑아주다니. 잘 살아가고 있다며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인터뷰 시작 전 동생에게 왜 나를 존경하는 인물로 뽑았느냐고 물었을 때 동생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는 삶에 확신이 있고, 원하는 바를 현실로 이루어가는 사람이잖아. 그게 멋있었어." 


삶에 대한 확신과 원하는 바를 현실로 이루는 사람이라.


확실히 저는 앞만 보며 달려가는 편이긴 합니다. 목표가 생기거나 마음속의 결심이 서면 일단 들이받습니다. 일단 뭐라도 들이받으면 벌린 일을 수습하기 위해 또다시 무언가를 하게 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가 이루어져 있고. 아마 제 그런 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저를 추진력 있는 사람으로 보는 듯합니다. 마치 자기가 내린 결정과 삶에 확신을 가진 사람으로. 그러나 사실 저는 많은 의심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당장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달까요?


예전부터 숱한 마음의 변덕을 겪었지만 여전히 낯설고, 쉽게 무너져버립니다. 어제 결의에 가득 찼던 마음은 찾을 수 없고 대신 포기할 이유가 마음 위로 떠오릅니다. 


굳이 해야 할까?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거야. 어차피 안 될 거야. 


하면서 마음은 행동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결심과 실천 사이의 기간만큼 마음의 변덕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결심한 것을 곧바로 시작하지 않아 포기한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장 취업 준비만 해도 그렇습니다. 하늘이 내게 준 기회라고 느낀 공고를 며칠 뒤 다시 보니 처음 느낀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의심과 불확신만 남아있었습니다. 어제는 이런 마음의 낙차로 괴로웠습니다. '과연 나는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지?' 하는 건강하지 못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하는 의미 없는 질문에 빠졌습니다. 이미 수차례 깨달음의 결론을 얻었는데도 시작을 미루기 위해 F5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죠. 


그래도 다행인 게 저는 생각보다 운명을 쉽게 느낍니다. 오늘 우연히 본 공고로 저는 새로운 계시를 느꼈습니다. 어제의 절망은 다시 새로운 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신 당장 시작해야겠습니다. 마음의 변덕에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력서 한 줄이라도 쓰기 시작해야겠습니다. 일단 한 줄을 적어 놓으면 그다음 줄은 미래의 내가 쓸 테니까요. 지금의 내가 할 일은 묻지 말고 일단 "들이받기" 같습니다.


이러다 다음 주에 <마음의 변덕에게 또다시 지고 말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돌아올 수 있겠죠. 그러나 여러분께 제 결심을 말한 이상 저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계속해서 동생에게 멋진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에 마음의 변덕에 지지 않고, 확신을 가져보겠습니다. 역시 취업 여행 기록을 시작하길 잘한 듯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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