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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May 21. 2024

세상에 절대적으로 나쁜 선택은 없다

지난주, 좋은 기회로 유명한 영화 평론가 분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강연의 키워드는 <선택>이었습니다. 선택에 관한 흥미로운 주장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에 대한 제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둡니다. 가령,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효율과 평등이란 기준을 생각할 수 있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에 기대어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기에 선택의 옳고 그름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특히 두 가치 중 '꿈'이 있다면 꿈을 더 우월한 선택으로 여깁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것을 이상적이고,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보진 않나요? 저 역시 고등학생 시절 친구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 문제를 뒤로 하고 문제집을 푸는 스스로를 멋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 나는 지금 미래를 위해 앞만 보는 거야. 친구 관계같이 사소한 것으로 이 중요한 시기를 망쳐선 안돼.'라고 계속해서 되뇌었습니다.


물론 '꿈'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저 우리 사회에 만연하여 미처 알아채지 못한 '꿈' 혹은 '성공' 이데올로기를 너무 당연시 여기는 건 아닐까 하고 반문하는 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것, 당장의 안락함을 지연시키는 것, 다른 가치를 포기하는 것 모두 의미 있고 저 역시 그 선택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을 강요하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큰 용기이며, 그 선택을 했다고 실패자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며 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알람을 듣고 일어날지부터 시작해서 알람을 몇 시에 맞추고 잘지까지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취준의 시기에서도 선택은 계속됩니다. 기업의 공고를 보고 서류를 제출하기까지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번복, 포기라는 선택지에 대한 불쾌함을 마음 한 구석에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꼭 절대적으로 나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것 역시 포기를 악으로 규정하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결괏값은 아닐지 강연을 듣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 나를 몰아세우기 쉬운 세상입니다. 그런 스스로에게 선택한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실패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선택한 순간 이미 선택은 과거가 되어 버립니다. 과거에 메여 후회하고, 자조하기보다 그다음 발생할 선택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 보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건투를 빌고, 한 주 또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또 봬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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