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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Apr 23. 2024

초심자의 행운

불합격해도 괜찮은 이유?

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에 돌아온 해림입니다.

그동안 취업 여행을 조금 공유해보자면 지난달에 넣었던 서류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근데 괜찮습니다...

왜냐면 저와 fit이 맞지 않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런 마인드를 갖게 된 건 작년부터인 거 같아요.


작년에 여차저차해서 영상 분야로의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또 다뤄볼게요!)

그러던 중에 모 메이저 테크 기업의 브랜딩 팀에서 미디어 콘텐츠 PD 인턴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됩니다. 자기소개서 없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 제출하면 되었기에 테크 기업의 수평적인 기업 문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후다닥 서류를 작성하고 하늘에 맡기는 마음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저는 홀로 일본으로 떠납니다. 어차피 큰 기대 없이 지원했기 때문에 '불합격'을 염두하고 여행에 푹 빠졌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저는 일본 후쿠오카의 나카스 강가에서 버스킹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노래를 즐기던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껴서일까 연락이나 살피자 하며 메일 창에 들어가 보니 서류 전형 결과를 알려준다는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불합격했을 거라고 되뇌었지만, 막상 메일을 보니 혹시? 하는 기대가 들더라고요. 졸이는 마음과 함께 메일을 클릭한 순간, 웬걸. 합격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졸이던 마음은 기쁨과 벅참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더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바쁘게 2차 과제인 기획안과 스토리보드를 작성했습니다. 그때가 추석 연휴와 겹쳤는데, 친척 집에 가서도 방구석에서 혼자 과제를 준비했던 일이 기억나네요. 결과는 약 3주 뒤에 나왔습니다. 기획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고, 결과 역시 합격이었습니다. 이제 인턴 근무까지 면접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1주일 이상의 준비 기간이 있던 앞선 전형과 달리 면접은 바로 다음 날에 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대외활동이나 알바 면접만 봐봤지, 인턴 면접은 어느 수준까지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당장 24시간 뒤에 봐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까지 제출한 서류를 다시 살피면서 부랴부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HR팀 소속 두 분, 지원한 부서 소속 두 분해서 총 네 분의 면접관들과 온라인 면접을 보았고, 약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초반까지는 나름 제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중간중간 위기가 왔지만, 진정성(?)을 호소하며 디펜스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저는 멘탈이 나가게 됩니다. 


"이 영상의 타깃은 누구입니까?" 


아뿔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대외활동으로 제작한 영상이기에 주최 측을 고려하며 제작한 영상이지, 그 영상 자체가 타깃으로 하는 대상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명확하진 않아도 분명한 타겟층이 있었는데 당시 저는 면접 때는 솔직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대외활동 주최 측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면접관분이 최대한 다른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게 추가 질문을 주셨지만 제 멘탈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온 후였습니다. 이때부터 아까와 같은 대참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아끼겠습니다...) 


그렇게 떠올리기 괴로운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회의에 나왔습니다. 앞선 전형과 달리 정말 불합격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면접을 복기할수록 '이렇게 대답할걸.' 하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참 많이 부족했습니다. 지금도 면접의 구체적인 질문은 기억이 흐릿해도, 스스로의 부족했던 점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면접관의 의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질문에만 답변을 한 점, 너~무 솔직했던 답변 등등... 횡설수설한 제 답변을 들어준 면접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참 길고도 뜻깊은 한 달이었습니다. 인턴직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한 취업 시도였고,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은 초심자에게 행운을 베푼다는 뜻인데요, 저에게도 이 행운이 발동했습니다. 가장 크게 스스로가 원하는 직무와 포지션뿐 아니라 콘텐츠의 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기업의 브랜딩팀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경직되고, 보수적인 느낌의 콘텐츠를 원한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저는 좀 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의 니즈가 달랐던 거죠. 


참 이 'fit'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전히 뜨거운 합격이란 단어를 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않지만, 내가 준비된 사람이어도 그들과 fit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잖아요. 어쨌든 전문가들이 나와 그들의 fit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니 아쉽지 않게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그곳에서 일하지 않았기에 저는 또 다른 것들을 시작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지원하고, 또 떨어지는 과정 속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나의 fit에 착붙인 곳이 나타날 거라고. 그곳을 만날 때까지 지원하고, 떨어지고... 그러면서 그 속에서 성장하자는 게 제가 지향하는 '중꺽마'입니다. 물론 이 마음이 실패를 정당화하는 기재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지요. 분명 부족한 점도 있었을 테니까요. 근데 고달픈 취업 시장 속에서 이러한 방어 기제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취업 여행자 여러분, 우리 다들 힘냅시다! 그럼 다음 주에 또 찾아뵐게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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