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보고 나눌 때마다 나는 늘 교육자와 예술가 사이에서의 갈등을 느낀다.
교육적으로 사실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작품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기만의 시선을 키워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양파가 있는 정물〉은 그저 정물화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추론해 내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정물에 나온 책, 편지, 양파의 의미까지...
하지만 그 어떤 해석보다도,
나는 먼저 시각적으로 전해지는 색감과 붓질이 주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학원 외벽에 붙여진 글귀처럼,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고흐의 순수한 마음을 먼저 만나보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시작이다.
올 초에도 아이들과 그 마음을 함께 느껴보고자 고흐의 그림을 그려보았지만,
되돌아보면 그 또한 나의 욕심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
고흐가 그랬던 것처럼, 잘 그리려는 부담이 아니라 그리는 순간의 충만함을 아이들과 나누는 것. 그
것이야말로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싶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