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가득 매달린 빗방울이 바깥 풍경을 가려두었다.
흐릿하게 뭉개진 산과 마을은 보이지 않는 듯했지만,
오히려 빗방울 하나하나가 세상을 더 또렷하게 비추고 있었다.
며칠 전, 한 워크숍에서 진행했던 책갈피를 정리하며 인상적인 글귀를 다시 보게 된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본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신뢰로운 노력파.”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신뢰와 노력은 늘 내 삶을 붙잡아 준 키워드였다.
성실히, 꾸준히, 멈추지 않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장
“나에게 진실할 수 있는 나.”
남들이 보는 나는 언제나 열심히였지만, 정작 내가 바라는 나는 조금 달랐다.
때로는 나조차 나를 속이며 살았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았다.
그것이 진짜 내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진실하다는 건 완벽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부정하지 않고, 애써 감추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빗방울이 흘러내리며 결국 투명해지듯, 겉을 가리고 있던 무늬들이 사라지면 남는 건
결국 ‘나 자신’ 일 것이다.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에게 얼마나 진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