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대로 Mar 22. 2024

내 마음의 봄 깃대종, 생강나무꽃

  모두를 위한 욕망은 맘껏 부려도 되는 선의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닦달했다. 나만 더 희생하면, 모두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오기를 부렸다. 오기를 부릴수록 나는 주변 사람들과 멀어졌다. 스스로 경험하지도, 고민하지도 않았으면서 큰소리쳤다. 내 눈에 대단해 보이는 이의 말을 흉내 내면서 다 알고 있는 척했다. 혼자 큰소리치는 사람은 주변을 지치게 한다. 내가 그랬다. 내 입은 내 말만 하기 바빴다. 그러니 내 말대로 될 리가 없다. 불만만 쌓였다. 주변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리지 못했다. 외톨이가 되었다. 


  실패의 다른 이름은 고립이다. 고립된 사람은 몸과 마음이 지친다. 내 말은 내가 실천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거웠고, 나를 향한 말이 가시로 박힐 때 산을 찾았다. 멈춰야 회복을 꿈꿀 수 있다. 주변에 찾기 편하고,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산이 익숙했다. 그냥 걷다 보면 땀이 나고, 싸간 도시락도 맛있었다. 충분히 쉬면 에너지는 회복되었지만, 심리적 회복은 부족했다. 


  화야산을 얼레지꽃으로 뒤덮은 비현실적인 광경은 나에겐 혁명이 일어난 것 같았다.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일제히 한 방향을 보지 않고, 제각각 앉은자리에서 각자의 속도에 따라 폈지만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경쾌하지만 자유로워 보였다. 마음을 뺏겼다. 그러나 때마침 유행한 등산열풍과 사진동호회의 거친 발길에 화야산의 산꽃들은 점점 기세가 꺾였다. 이미 본 사람은 못 보는 고통이 쌓일수록 열망은 더 커졌다. 


  한 송이의 얼레지만 간신히 봤을 때와 청노루귀를 보지 못해 터벅터벅 내려올 때, 언제 어디를 가야 할지를 몰라서 답답했다. 그때 산꽃과 함께 피었던 생강나무꽃이 떠올랐다. 이 꽃이 보이면 더불어 봄의 산꽃이 보였다. 그때부터 산에 들어설 때 생강나무꽃이 피었는지를 먼저 살폈다. 그 몽글몽글한 연둣빛 도는 노란빛은 봄색이 되었고, 달달하고 향긋한 향기는 봄내음이 되었다. 벌이 된 것처럼 향기를 맡아야 봄을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에서 마음까지 닿는 충만한 경험으로 내 마음을 꽉 잡았다. 환경보전을 위한 그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동식물을 상징하는 깃대종처럼 그때부터 나에겐 봄 산꽃이 피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봄 깃대종은 산에 피는 생강나무꽃이었다. 


  천마산의 팔현계곡을 찾았다. 너도바람꽃이 만발하여 많은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만났던 곳이다. 꽃보다 더 몰리는 사람을 피하려 멀리만 다녔지만, 오늘은 기세 등등 한 너도바람꽃을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 아침에 오르는 산은 몇 사람 마주치지  않았다.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호평동쪽과 달리 한적했다. 한 시간 가까이 오르다 추억의 꽃을 발견했다. 이 꽃은 도시 아파트 정원수로 많이 심는 산수유꽃과 비슷하지만, 연둣빛이 도는 노란빛으로 더 귀엽게 몽글몽글 뭉쳐있다. 그 순간 생강나무꽃을 먼저 찾았던 추억이 되살아나며 활력을 느꼈다. 



이전 04화 솜털 옷 입은 노루귀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