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 심심치 않게 접수되는 민원이 있습니다. 시립합창단들의 "메시아"공연 때문입니다. "종교색이 있는 공연을 왜 국가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이 연주하느냐"라는 불만입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민원입니다. 각 시도 합창단은 교회나 종교단체 소속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예술'이라는 순수한 대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품 속에는 문화적 배경과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헨델과 바흐 바로크 시대는 물론이고, 이후 고전시대까지 교회가 국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대작을 꿈꿀 때, 종교를 벗어난 음악이나 예술 작품을 상상하기 힘들었겠죠. 유럽의 건축에서도 한 성당에 이슬람과 기독교의 건축양식이 복합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랜 종교전쟁에 의한 정복의 역사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왕의 신위를 모신 사당(종묘)에서 제사를 올릴 때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이 있습니다. 제사 음악이라는 이유로 이를 외면한다면, 당시 궁궐에서 연주한 악기와 음악을 들을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 됩니다. 참고로, 이 유교적 제사를 위해 연주된 국악은 "천상의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연주의도 역시 종교에서 하는 포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음악가도 선교나 전도를 위해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하지 않습니다. 270년 전에 태어났던 그가 작곡한 곡을 그저 완벽하고 아름답게 재현하고 싶을 뿐이죠.
이제 '예술'이라는 영역으로 마음을 넓혀 여유 있게 작품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시스타 성당의 천장에 수놓은 미켈란제로의 천지창조를 감상하듯, 불국사의 섬세한 사원과 탑을 보듯, 그저 헨델이라는 거장의 작품에 감탄을 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