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리터, 종이컵 16잔 혹은 일반 컵 8잔을 시간 별로 나누어 마십니다. 목마른 느낌이 오기 전에 미리 마셔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목이 마른 감이 든다면, 그날은 목관리에 실패한 날입니다.
커피도 마시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커피는 목소리를 갈라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공연 전 커피를 즐기는 성악가들도 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렇죠.
스마트폰을 1분 이상 읽거나 시청하지 않습니다. 호흡이 짧아지고 몸이 굳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죠.
내가 좋아하는 책도 잠시 내려놓습니다. 꼼짝없이 한 자세로 지속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목이 경직이 됩니다. TV를 시청하지 않습니다. 감정소모가 생겨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설거지, 방정리, 스크랩북 만들기 등 소소한 집안일을 합니다. 나무와 산을 보며, 공연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습니다. 행여 목감기라도 옮으면 공연에 치명적이니까요.
가끔 공연에 대한 공포감이 문득문득 밀려옵니다. 음악은 시간 예술이라 틀려도 무조건 진행해야 합니다. NG도 없고, 편집도 없죠. 특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 50~100개의 악기가 나를 위해 멈출 수 없습니다. 오페라이면, 그 보다 몇 배 규모의 압박을 받습니다. 공연 10일 전, 바로 이때가 성격이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듭니다.
공연 당일에는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누운 채로 '아~'하고 소리를 내어봅니다. 지난밤에 좋은 컨디션으로 잠을 잤는지 알 수 있죠. 목소리가 지나치게 잠겨 있으면, 뭔가 잘 못된 환경에 노출이 된 겁니다. 소리가 평소와 같으면, 스트레칭 후 일상적인 아침을 보냅니다. 아침부터 발성을 하지는 않습니다.
식사 후 샤워를 합니다. 제게 있어서 온수 샤워 없이 성악공연은 불가능합니다. 샤워실에서 가벼운 스케일과 함께 허밍 발성을 즐거운 마음으로 진행합니다.
공연장으로 향하기 전 시간이 남으면, 악보를 다시 확인하며, 평소 만족하지 못했던 악절이나 악구를 다시 확인합니다. 막상 당일에는 공연에 대한 공포감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가벼운 농담도 하고, 최대한 유쾌한 기분이 들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