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성악가입니다. 제가 감기에 걸리면, 우리 엄마는 저를 걱정해 주고 안아주고 열이 나는지 연신 확인을 합니다. 그러나 평소 자상하신 아빠는 진심 없이 걱정하는 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합니다. 저와 밥도 함께 먹지 않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엄마가 아빠는 성악가이어서 몸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저 보고 이해하라고 했습니다. 많이 섭섭했습니다.
공연이 가까워지면 온 가족이 아빠의 목과 몸관리에 초점을 맞춰 지냅니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자동차 스피커로 내가 좋아하는 K팝 음악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십니다.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도 싫어하시고, 친구들처럼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는 것에도 손사래를 칩니다. 매 번 공원에 놀러 가는 게 전부입니다. 공원에 가서도 이전 같이 신나게 놀아주지 않습니다. 저를 번쩍번쩍 들어주지도 않고, 잡기 놀이도 열심히 해 주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십니다.
엄마도 유난히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공연 전에 심기라도 건드릴까 봐 아빠가 요구하시는 걸 다 맞춰 주시려고 노력하십니다. 엄마의 개인적인 일정조차 아빠의 리허설 스케줄에 맞춰 조정하기 일 수입니다. 즐겨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거나 연기할 때도 있습니다. 식사 메뉴에 대한 요구도 유난히 까다롭습니다. 매워도, 기름져도, 달아도, 차가워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위에 내용 중 뭔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아빠는 누가 봐도 읽을 수 있는 싫은 표정을 드러냅니다.
그래도 무대 위의 아빠는 멋있고, 공연이 끝나면 며칠 동안은 다시 다정한 아빠로 돌아오시니 다행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이다음에 커서 성악가 하고는 결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