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는 용서가 없다."라는 무시무시한 격언이 있습니다. 음악가 스스로가 실패한 연주라고 느끼는 무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습니다.
공연 직후, 대기실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대로 영원히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저히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9회 말 6대 0으로 넉넉히 이기고 있는 팀에 마무리 투수로 나와서 연속안타에, 포볼에, 홈런 맞고 6대 7로 역전당하고 강판당하는 투수의 심정 정도로 이해하시면 어떨까요?
두 번째 고통은, 공연 후 괴로움을 숨긴 채 웃으며 관객이나 지인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이 순간 음악가의 속 마음은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입니다. 그러니 이 짧은 시간이 천년의 세월로 느껴지게 되는 거죠.
연주의 성공과 실패, 실수 등을 관객들은 잘 모르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나서 인사할 때 분명한 몸짓이 있습니다. 성공한 공연 후에는 지인이나 관객의 손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칭찬과 함께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기도하듯 모으거나, 박수를 연발합니다. 만날 때 입술은 "와~"하며 위아래로 쫙 벌어지고, 눈동자는 커집니다. 여자분들은 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죠.
그저 그런 연주인 경우는 입으로만 칭찬할 뿐입니다. 옅은 미소와 함께 "잘하더라, 잘 들었다, 수고했다."정도의 말을 합니다. 그 무엇도 마음에 와닿은 게 없기에 몸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겁니다.
음악가는 그들의 스승으로부터 그날 연주는 그날 잊어버리라는 가르침을 받습니다. 공연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러나, 공연 때 미숙했던 순간이 머리에 불쑥불쑥 나타나 지속적으로 괴롭힙니다. 그래서 공연 후에 제공되는 연주녹화 음성, 영상 파일도 시간이 좀 지나서야 듣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늘도 음악가들은 완벽할 수 없음에도 완벽을 추구합니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반복하고 또 반복합니다. 관객들과의 행복한 인사는 이에 대한 큰 보상이 됩니다.